노무현 전 대통령의 체질에 대해서는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사상체질과 리더십>을 저술한 황태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소음인으로 보았으나, 대개의 임상한의사들은 열태음인이나 소양인으로 보고 있다.
 
대학시절의 은사인 경희대 사상체질과의 김달래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소양인이라 보았고, 대통령 한방주치의를 역임한 한방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 역시 소양인이라 보았다. 필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체질을 열태음인보다는 소양인으로 본다. 소양인의 성정과 이에 따른 정치역정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서 두드러지는 성정의 특징은 '도량'이다. 특히 절세의 도량이라 부를 만한 대단한 배포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소양인의 사심은 '과심'이라고 한다. 과심은 자랑하고 과장하는 마음이다. 즉 부풀리고 뻥을 쳐서라도 내 뜻대로 해보려는 조급하고 이기적인 마음이 바로 과심이다. 과심이 뜬 소양인은 비논리적인 근거를 대고, 강경한 단어를 쓰며, 구 권위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과심을 극복한 소양인은 김명근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절한 때에 리셋 단추를 누를 줄 아는 것'이다. 자기가 보편적이라 믿었던 것을 과장해서라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포기할 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소양인의 순발력이 살아나고 예리한 감성도 작동하기 시작한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화두를 안고 끊임없는 정치개혁을 시도한다. 선거법 개정과 개헌, 대연정의 제안, 행정수도 이전계획, 이 모두는 지역주의의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든 임기 내에 기존의 정치구도를 리셋하고 새 시대의 큰형이 되고자 했으나, 그의 고백처럼 구시대의 막내가 되어 버렸다.
 
소양인은 마음을 근거로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중시하여 사람 사귀는 데 능한데, 이를 재간이 많다고 표현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소양인은 여론에 민감하며, 수시로 자신이 한 행동이 옳은지 내 모습은 어떤지 등을 묻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2003년 자신의 최측근인 최도술 총무비서관의 비리사건이 터지고,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재신임투표를 제안한다. 가장 파격적인 대통령의 시정연설로 기록되어 있다.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명예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자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호소한다. 나 홀로 외길로 가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참여정부의 최대가치로 여겨진 도덕성에 타격을 입자 주변사람들을 지키고자 했고, 결국 2009년 5월 23일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체질별로 보면, 소양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덜 권위적이다. 소탈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하였다. 그의 언어를 빌리자면 '대통령의 언어, 서민의 언어가 따로 있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탈권위적인 소양인 노무현의 소탈함은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경박하다거나 정제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던 그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은 사상초유의 탄핵소추 의결이라는 결론을 낳았다.
 
화법에 있어서 태음인인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소양인인 노 전 대통령의 화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DJ가 전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거나 논리적으로 연결된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튀는 표현을 싫어한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인상적인 첫 한 줄을 원했다. 그의 언어는 도입부에서 단도직입으로 규정하고 뒤에서 풀어서 설명하는 화법이었다. DJ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연설문을 연습해 왔다면, 노 전 대통령은 즉석발언이 많았다고 한다. 청중과 호흡하는 현장교감형 연설을 선호했던 것이다. '평검사와의 대화'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소양인의 장점인 뛰어난 순발력으로 그때그때 극복하면 된다는 식이다.
 
체형적으로 보면 소양인은 상실하허(上實下虛)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허리가 약하기 쉽다. 신현대 전 대통령 주치의의 고백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허리가 안 좋아서 혼자서 스트레칭을 많이 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소양인은 허리가 약하기 쉽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직설적인 화법과 성격을 보았을 때 화기(火氣)가 많은 체질로 생각된다. 이런 경우 위장의 열이 많은 것으로 보고, 위장과 흉격(가슴과 배의 사이)의 열을 제거하는 처방을 구사하게 되는데, 필자는 형방도적산, 형방사백산 같은 처방을 떠올려 보았다.

이현효 활천경희한의원 원장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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