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 등 이른바 '이주민(외국인 주민)'은 지난 1월 현재 2만 812명으로 김해 인구 52만 명 가운데 약 4%를 차지한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 6번째로 많다. 하지만 이주민들은 김해 시민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방인'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주민들에 대해 편견과 오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오해로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실체는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과 내국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길을 찾고자 한다.

길거리나 공터 곳곳 앉아 대화 일상화
내국인들 "괜히 두렵고 피하고 싶어"

이주민들 "이곳은 당신들이 주인인데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안되나?"


지난 5, 6일 동상동 거리를 찾았다. 동상동은 '외국인들의 거리'로 통한다. 주말이면 공장이 즐비한 한림면, 진영읍, 대동면 등 김해 각 지역에서 일하거나 사는 이주민들이 찾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한눈에 봐도 내국인들보다 이주민들이 많았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도 2~3명씩 거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남아계 이주민들이 보였다. 한 20대 여성이 그들을 피해 길을 살짝 둘러 지나갔다. 연이어 이주민들이 나타나자 이 여성은 계속해서 이들을 피해 걸어갔다.

계속해서 거리를 지켜봤다. 다른 내국인들도 이주민들이 몰려 있으면 이들의 동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길을 피해갔다. 내국인들끼리 마주쳐 지나갈 때와는 달리 부자연스러운 행보였다. 이주민들이 슬쩍 쳐다보면 내국인들은 시선을 피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는 척 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구산동에 사는 이 모(25·여) 씨는 "괜히 무섭다. 실제 그런 경험은 없지만, 여자이다보니 낯선 외국인이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든다. 특히 밤에는 동상동을 지나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동상동 상인 김 모(48) 씨는 "외국인들이 동상동에 하나 둘 등장하면서 도시 중심지였던 이곳의 상권은 다 죽었다. 외국인 소굴에 누가 오고 싶어하겠나. 동상동이 이렇게 피폐해진 것은 모두 이주민들 때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이주민들이 무리를 지어 동상동 거리를 걷고 있다. 이곳은 이주민들이 많이 찾는 아지트지만 여전히 불편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내국인들이 적지 않다.

동상동에는 특히 길거리에 무리지어 앉아 있는 이주민들이 많다. 내국인들은 대개 도로 바닥에 앉지 않는 반면 이주민들은 별 거리낌 없이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내국인들 중에는 이주민들을 편견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김해에서 20여 년 살았다는 노 모(45·외동) 씨는 "왜 길거리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편견을 안 가지려고 해도 저렇게 무리지어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불량배들처럼 보인다"며 혀를 찼다. 그는 "외국인 카페도 있는데 왜 거리에서 저러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 씨의 말대로 다문화카페인 '통 카페'에 가보니 이주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게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음료 가격이 다른 카페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가게는 한산하기만 했다.

하지만 여러 이주민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카페보다 거리가 더 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네팔에서 김해로 왔다는 한 이주민(25)은 "주말이 되면 동상동에서 같은 네팔 친구들을 만난다.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카페에서 돈을 쓸 필요는 없다. 가장 편한 우리나라 친구들을 만나는 것 뿐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무리지어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썸낭(38) 씨는 "영화관이나 카페 같은 문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길거리에 모여 있거나 앉아 있는 게 한국에서 형성한 우리의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주민들은 자신들을 향한 내국인들의 시선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썸낭 씨는 "한국인들은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피한다. 그래서 더 캄보디아 친구들만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 있어도 한국에 있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오래됐지만 업무 이외에는 내국인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다는 이주민들도 많았다. 9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틴자야 씨, 5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온 할린(33) 씨는 지금까지 낯선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할린 씨는 "한 번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했더니 한국인들이 다 피했다. 그 후로는 한국인들에게 길을 묻지 않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해에서 외국인 관련 단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들은 거리에 무리지어 있는 외국인들을 나쁘게 바라보는 것이 내국인들이 이주민들에게 갖는 가장 큰 오해라고 설명했다. 거리에 앉아 있는 것은 이주민들의 문화라는 주장이었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 김형진 대표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등에는 공터가 많다. 거리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환경을 느끼는 거리문화가 이들에게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해이주민의집'의 수베디 여거라즈 대표는 "몇 해 전 내국인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낯선 곳에서 끼리끼리 어울리고 부족한 언어실력 때문에 서로의 도움을 받아가며 물건을 샀다. 이런 모습은 김해에 있는 이주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한국인들은 이주민들을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한국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편한 곳이고 이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두려운 곳임을 알았으면 한다. 주인인 한국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상동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김 모(50) 씨는 "처음에는 이주민들이 조금 무서웠다. 이제 계속 보니 이웃이 됐다. 사실 사고를 많이 치는 것은 이주민이 아닌 한국인들이다. 이주민들 때문에 동상동이 점점 낙후돼 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도 편견 때문이다. 이주민들의 거리로 바뀌어가는 동상동을 받아들인다면, 이주민들에게도 한국인들에게도 멋진 거리가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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