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의 무대와 60석의 관객석을 두고
연극 보는 이들의 꿈과 희망을 향해
열정 사르는 그들의 목표는 '이루는 것'

청소년 프로그램 통해 젊은 배우 탄탄
"모금통 꽉 차면 무료공연 선보일게요"

"친구가 목사인데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연극 '가시고기'를 보러 왔어요. 학생들 중 한 명이 연극을 보고 큰 변화를 겪었어요. 가족 간에 대화도 없었고, 학생도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돌았답니다. 학생이 연극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던 겁니다. 다음날 부모를 모시고 와서 연극을 한 번 더 보더군요. 그날 그 가족은 극장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고, 처음으로 가족 외식을 했다고 합니다. 이게 제가 연극을 하는 이유입니다. 관객이 연극을 보면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고 꿈과 희망을 가질 때 '극단 이루마'의 연극이 완성되는 거지요." 극단 이루마의 이정유 대표는 '연극을 하는 이유'를 그렇게 전했다.

경전철 부원역에서 옛 삼부주유소 옆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김해대로 2355번길 12의 건물 3층에 이루마아트홀이 자리 잡고 있다. 극단 이루마의 전용극장이다.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벽에는 극단 이루마의 공연 포스터들이 걸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로비가 나온다. 로비 오른쪽에 연극 의상과 소품을 정리해 둔 소품실과 사무실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사무실 바닥이 따듯하다. 연습을 하다가 쉴 때, 또 연극을 만들기 위해 단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할 때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겠다.

▲ 이정유 대표(맨 오른쪽)와 극단 이루마 단원들이 연기연습을 하며 대사와 동선을 맞춰보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이정유의 책상 뒤편에는 연극 관련 책들이 있는데 그 사이에 제법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특별한 장르의 책들이 있다. 순정만화의 고전이라는 미우치 스즈에의 장편만화 <유리가면>이다. 연극을 주제로 한 만화이다. 이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연극, 연기 연습, 배우들의 열정은 연기 이론서를 무색케 한다. 1976년에 출간된 이 만화는 아직도 완결되지 않아 올드 팬들은 작가가 완결을 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정유는 "극단 이루마의 단원이 되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했다.

로비에서 극장으로 들어가려는데 큼지막한 투명 플라스틱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상자, 아니 '돈통' 안에는 동전과 지폐 같은 돈이 들어있다.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이 돈통이 꽉 차면 관객들을 위해 좋은 연극을 만들어 무료로 공연하려구요." 

극장으로 들어서니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60석의 관객석이 양쪽으로 놓여 있다. 양쪽 관객석 아래에 도구실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무대 크기는 30평 정도다. 무대 왼쪽으로 들어가면 분장실과 대기실로도 사용하는 소품실이 또 하나 있다. 의상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이루마아트홀은 구석구석을 적절하게 배치해 놨다. 공간 활용도도 매우 높았다. 이정유는 "극장을 여러 번 옮기다보니, 이제 도사가 다 됐다. 누군가가 텅 빈 공간을 주면서 극장을 만들라고 하면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만큼 극단 이루마가 많은 고난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것이다.

▲ 이루마아트홀의 소품실과 한푼 두푼 모아둔 관객들의 후원금(가운데).
극단 이루마는 2004년에 창단됐다. 처음에는 삼정동의 한 건물 지하에서 50평정도 규모로 극장을 개관했다. 2007년에는 인제대학교 앞 건물의 60평 크기 반지하로 옮겼다. 그러다 2010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전체 면적은 70평이다. "지하에서 반지하를 거쳐 지상으로, 50평에서 60평으로 또 70평으로 계속 '진화'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원들은 합심했고, 뚝심을 모았다.

"인제대 앞에 있을 때 건물 주인이 원룸주택으로 개조한다면서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내동에 창고를 하나 얻어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찾아가는 우수 예술단체'로 선정이 됐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라며 단원들이 함께 함성을 질렀어요. 공연비를 받아 경남도의 18개 시·군을 찾아가 연극을 했습니다. 단원들이 모두 영업사원이 된 것처럼 연극을 홍보하러 다녔고, 관객 동원도 열심히 했지요. 그때 우리 극단이 인정을 많이 받았죠. '이루마만큼만 하라'는 말도 들었지요. '찾아가는 예술 활동'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우리 극단에 제일 먼저 연락해 오는 지자체도 있어요. 그때 단원들이 받은 출연료를 모두 한데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이 극장을 마련했지요. 한 달간 단원들이 직접 공사를 해서 조성한 공간입니다."

극단 이루마란 이름은 계속 하나씩 이루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목표는 있으나 완결은 없어요. 하나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이 있고, 그 산을 넘으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죠. 하나씩 이루어가는 겁니다. 우리가 '이루마'이죠."

극단 이루마는 창단 때부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무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덕분에 젊은 배우 층이 탄탄하다. 대학생이 됐거나, 제대 후 극단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도 있다. 정으뜸 단원은 분성여자고등학교 연극반 단원일 때 '무대 만들기' 4기로 가입했다. 지금은 부산시립극단 비상임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루마소극장 로비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극단 이루마 배우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말이 들어 있다. "관객의 환호를 먹고 사는 우리에게 무대는 그 존재 하나로 소중한 것입니다."  
 


극단 이루마 단원들이 말하는 '나에게 연극이란'
그리고 '만약 내가 배우가 아니라면'


이정유(41)
▶연극은 내 삶이고 직업이며 전부이다. 그냥 내가 할 일이다.
▶연극을 안했더라면 영업사원?








최호정(32)/연극은 내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하게 하는 '인생의 스승'이다/연극을 보는 관객이 됐겠죠!










조한나(19)/아직 연극은 나에게 '쓰다'/짜장면 배달?










정명심(56)/유일하게 마음 놓을 수 있는 솔직한 삶의 터전이다/아마도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정주연(39)/끊을 수 없는 마약이다/유치원 교사를 계속 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나연(30)/나를 가장 떨리게 하는 것이다/갈 길을 못 찾고 여기저기 기웃대며 방황하고 있겠지요.









신재호(18)/연극은 와이파이이다.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이다/ '나'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유지현(19)/두말할 것 없이 '꿀잼'이다. 벌처럼 열심히 연습하면 꿀처럼 단 기쁨이 온다/제빵사 공부?










정으뜸(24)/사는 즐거움이다/만화가가 됐겠지요.










김진옥(35)/연극은 숨통이다/아마 장사를 하고 있었겠지?










조성원(34)/나에게 연극은 '옷'이다/ 내가 배우가 아니라면?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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