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흔히들 추진력, 현대, 불도저, 청계천, 서울시장, 대통령 등이라고 한다. 세간에서는 그를 '컴도저'라고도 한다. '컴퓨터를 장착한 고속불도저'라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은 속도를 중요시 한다. 서울시장 재임기간 내에 결국 청계천 복원사업을 완성하고,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개편하는 등 속도감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사상체질론적 측면에서는 소양인 혹은 열태음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소음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상의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음인은 추진력이 약한 쪽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높지만 '소음인은 추진력이 약하다'는 건 피상적인 견해일 뿐이다. 자기 확신이 강한 소음인은 소양인만큼이나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5년 만에 이사직에 올랐고, 35세 때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CEO)가 되었다. 이 고속승진에는 그 이면에 소음인의 락성(樂性)이 자리하고 있다. <수세보원>에서는 락성의 특징을 두고 심확(深確)하다 하였는데, 쉽게 풀어보면 몰두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얼마나 일에 몰두했는지는 <신화는 없다>라는 그의 저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태국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금고를 지킨 일과 중기사업소 시절에 여사원들의 조기 출근을 독려하기 위해 '밤에 화장하라'고 지시했다는 일이 그것이다. 소음인 이 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자나 깨나 '효율성'과 '시장'이라는 화두가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몰두능력을 통해서 이 전 대통령은 '치밀한 상황 분석-신속한 의사결정-힘 있는 추진력'이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컴도저'라고 하는 것이다.
 
상황 분석력은 소음인의 타고난 능력이다. 이를 <수세보원>에서는 '지방(地方)'이라고 한다. 소음인의 소음기운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세상일을 자신이 다루기 적절한 범위로 잘라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규칙을 세우는 능력을 말한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스스로 수정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듯한 당당함, 통제 불능의 자신감'이 이 전 대통령에게는 있다. 뒤를 돌아보는 '백미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소음인인 이 전 대통령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긍심(矜心)'을 경계해야 한다. 긍심은 자긍심이 지나친 것을 말한다. 실제로 그는 '내가 그걸 해봐서 잘 아는데'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처럼 긍심이 드러날 때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이 된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5년을 회고해보면, FTA체결을 통한 경제 영토의 확장, 무역 1조 달러 달성, 국가신용등급 향상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촛불집회와 용산 참사, 미네르바 구속,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와 언론인 해직, 쌍용차 사태 등이 부각돼 '불통정부'로 규정됐다.
 
4대강사업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2013년 1월에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란 보고서를 통해 4대강사업이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째서 이렇게 서두른 것일까. 한의학적으로 보자면, 소음인은 '탈심(奪心)'을 경계해야 한다. 탈심이란 무엇인가를 '빼앗으려는 마음', <수세보원>에서는 이를 '천심(擅心)'이라 해석하는데, '제멋대로 하는 마음'을 말한다. 천심은 다시 '탈리(奪利)'로 설명될 수 있다. 소음인이 명성과 이익에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앞에서 소음인은 객관화 능력 즉 지방(地方)을 갖고 있다 했는데, 명성에 목을 매다 보면 객관적인 시각이 죽어버리게 된다. 4대강사업이란 것이 이 전 대통령 특유의 객관적이고 명쾌한 분석을 토대로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임기 내에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조급함 때문이었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쉴 새 없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747공약, 4대강사업 등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틀림없이 과로했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한의학에서는 '노권상(勞倦傷)'이라고 한다. 이 증상에는 권태 및 피로가 소음인의 양기를 소진시켜 망양(亡陽·양기가 몹시 손상된 상태)으로 빠지지 않도록 보중익기탕 혹은 승양익기탕을 처방한다. 필자는 하루하루를 매우 바쁘게 살았을 이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승양익기탕을 생각해 보았다.

김해뉴스 이현효 활천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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