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경찰 600여 명 동원해 '작전'
노점상들 울부짖으며 거칠게 항의
19~20일 계속 단속…갈등 불가피

 
김해시가 18일 옛 새벽시장 인근 인도의 노점상들에 대한 단속(행정 대집행)을 실시했다. 노점상들은 이에 항의하면서 경찰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는 19, 20일에도 단속을 펼칠 예정이어서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는 이날 오전 3시부터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하고 경찰의 협조도 받아 노점상들이 인도에서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날 단속에 나선 공무원은 320명이었다. 차량 20대도 동원됐다. 김해중부경찰서도 기동대 4개 중대 등 300명을 동원해 불상사에 대비했다. 시는 전날 오후에는 미리 차량 등을 동원해 옛 새벽시장 부지 인근 인도를 막아놓기도 했다.

경찰과 공무원들은 오전 4시 30분께 채소, 생선 등의 물건을 실은 노점상 차량들이 경남은행 인근에 나타나자 정차를 하지 못하게 몰아냈다.

오전 5시께 옛 새벽시장에 나타난 노점상 100여 명은 단속에 거세게 항의하며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노점상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인간 사슬을 만들어 둘러쌌다.

이후 약 두 시간 동안 옛 새벽시장 주변 곳곳에서는 경찰과 노점상들 간에 몸싸움이 연이어 벌어졌다.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노점상들, 이들이 도로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고함치는 경찰들, 도로로 나가려는 노점상들을 막는 전경들까지 새벽시장 앞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뒷짐만 진채 바라보고 있었다.

노점상들은 오전 9시께까지 공무원, 경찰과 계속 대치하다 김해중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한 뒤 김해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50대로 보이는 한 노점상은 도로에 드러누워 "새벽시장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고함을 쳤다. 한 60대 여자 노점상은 주저앉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일부 노점상은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며 경전철 역사로 올라가려다 전경들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 다른 60대 여자 노점상은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실신을 한 듯 넋을 놓고 누워있기도 했다.

○…오전 7시 무렵 날이 밝기 시작하자 치열했던 몸싸움은 잠잠해졌다. 노점상들은 대신 종이상자를 뜯어 '새벽 시장을 살려달라', '새벽장사 아니면 죽음을 달라', '대책 없는 김해시청 어쩌란 말인가' 등의 글귀를 적어 들었다.

○…옛 새벽시장 앞 인도에서 두부를 팔아왔다는 한 노점상은 "평소 오전 3시 30분부터 나와 장사를 한다. 오늘 경찰과 공무원이 온다고 해서 오전 3시에 나왔다. 두부를 팔아도 하루 2만 원 밖에 벌지 못한다. 남편도 병원에 누워있다. 장사를 못하게 막아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 란 말인가"라고 울부짖었다. 다른 노점상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똑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과일을 팔아왔다는 노점상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장사를 못하게 하는가.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하소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노점상이 갑자기 가락로 4차선 도로로 뛰어들자 함께 있던 노점상 20여 명이 동시에 따라갔다. 끌어내려는 경찰과 버티려는 노점상들 간에 힘싸움이 벌어졌다. 한 노점상이 도로에 드러누워 버티기 시작했다. "어머니, 여기서 이러시지 마시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서 이야기 하세요." 여경이 수십 번 노점상을 설득했지만 그는 "나 죽는다"며 버텼다. 경찰과 노점상 간의 수십 분 간 승강이 끝에 도로에 나왔던 노점상들은 결국 인도로 자리를 옮겼다.

○…한 노점상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 밖에 할 수 없다. 시에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에게 장사를 그만 두라고 하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고함을 쳤다. 다른 노점상은 "김맹곤 김해시장이 6·4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노점상의 장사를 허용해주겠다고 했다.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바꿔버리고 장사를 막으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해뉴스 /김명규·김예린·조나리·정혜민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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