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 추위는 건강 음식인 꼼장어구이로 이겨보세요." 김재금 시의원이 무계동 '참숯불 해궁장어'에서 꼼장어 숯불구이를 먹고 있다.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먹던 추억음식
단백질·아미노산·비타민A 등 풍부
주문하면 갓 장만해 싱싱하고 육즙 가득
숯불 향과 어우러져 담백하고 감칠 맛

시골 시외버스주차장 대합실로 이어진 낡고 오래된 상가 통로에선 몇몇 점포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고, 늘 알 수 없는 음식 냄새들이 뒤섞여 그 좁고 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읍내에 볼일을 보러 오면 들르는 단골들과 뜨내기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장사를 하며 제비새끼 같은 자식들을 먹이고 공부시키던 어머니들은 늘 억척스러워 때론 무섭기도 했다. 무엇보다 잊히지 않는 건 가게 앞 길바닥에 놓인 큰 '고무 다라이'였다. 족히 수백 마리는 넘을 듯 했다. 껍질이 벗겨진 채 시뻘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꼼장어가 이리저리 제 몸을 비틀며 아우성쳤다. 어린 심정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연탄불 화덕 위 오래된 석쇠에서 하얀 연기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던 꼼장어에 대한 기억은 '참 맛있었다'는 것이다.
 
김재금 김해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46)의 30여 년 전 기억은 흐린 흑백영화처럼 아련했다.

지난 13일 토요일 점심 무렵 김해시 내덕로 4번길 11 '참숯불 해궁장어'에서 김 의원과 자리를 함께 했다. 정감 있는 인상과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은 언제나처럼 한결같았다.
 
추천하는 맛집으로 꼼장어집을 고른 이유를 물었다. 추억 때문이라고 했다. 머릿속과 코끝을 자극하던 기억이 '참숯불 해궁장어'에 와본 뒤 마치 수족관 꼼장어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자꾸만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 하다고 비밀인 양 나지막하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정작 이 가게를 자주 들르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 했다. "스테미너 음식이잖아요. 장어도 그렇지만, 꼼장어도 만만찮거든요. 초선의원으로서 많이 보고 배우고 뛰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집 꼼장어를 먹어본 후론 딱이다 싶었죠. 올 겨울은 무척 추울 거라고 하네요. 꼼장어구이 먹고 추위를 거뜬히 이겨보세요."
 
꼼장어는 먹장어의 다른 이름이다. 소금구이나 양념구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고, 껍질은 지갑 따위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몸길이는 대략 55~60㎝가 되면 식용으로 적합하다. 몸은 가늘고 긴 통 모양이며, 몸빛은 다갈색부터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눈은 퇴화돼 약한 빛만을 감지할 수 있는데, 껍질 아래에 있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먹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다. 껍질을 벗겨내도 한동안 '꼼지락 꼼지락' 움직인다고 부산과 경남지방에서는 '꼼장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 주문하자마자 주방에서 갓 장만해 나오는 싱싱한 꼼장어(위)와 껍질을 이용한 꼼장어 껍질 구이.
꼼장어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다가불포화지방산 함량도 높아 당뇨나 다발성 경화증, 편두통, 우울증 및 암 예방 효능이 있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어 발육을 촉진하고 시력회복, 피부·점막 건강 유지, 정력 강화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참숯불 해궁장어는 창원 대방동 횟집골목에서 7년간 횟집을 운영했던 박영수(47)·차희숙(45) 부부가 2년 전 김해로 옮겨와 시작한 음식점이다.
 
"짧은 기간임에도 단골들을 많이 확보한 셈이죠. 주문을 받으면 산 꼼장어를 바로 손질해서 내놓기 때문에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맛의 뛰어남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아요. 창원에서 오는 단골들도 있는 걸요."
 
꿈틀꿈틀 꼬물거리는 꼼장어 숯불 소금구이가 한상 차려졌다. 벌건 숯불과 석쇠, 그 위로 꼼장어를 올리니 한바탕 요동을 쳤다. 벌겋던 살결이 회색빛으로 변하자 맛있는 냄새를 한껏 품은 흰 연기가 환기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 드셔도 됩니다." 주인장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참기름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가니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육즙도 숯불 향과 어우러져 강한 여운과 흡인력이 있었다. 싱싱하다는 느낌, 담백하고 깊은 맛 등이 복합적으로 밀려왔다.
 
바빠진 젓가락질 틈새로 주인장 박 씨의 훈수가 뒤따랐다. 국산과 중국에서 수입한 것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었다.
 
"국산은 껍질 색이 맑고 선명하죠. 살도 통통하게 많고 육즙도 달큰합니다. 쫄깃한 식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중국산은 일단 색이 거무튀튀합니다. 살도 적고 씹었을 때 질긴 듯한 느낌도 있고요. 확실히 다르죠."
 
이 식당에선 손님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곁음식도 인기였다. 버려지는 껍질에 마늘, 참기름, 고추, 소금을 은박지에 함께 담아 불 위에 익혀 먹도록 내주었다. 삶아서 식혀 묵으로도 먹는 껍질의 또다른 변신인 셈이었다.
 
소금구이 양념장으로 나오는 참기름장도 방앗간에서 국내산 참기름만 대어 사용한다고 했다. "참기름장 남기고 가면, 사실 제일 아깝죠. 그래도 좋은 걸 싸야죠." 값이 비싼 대신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자 하는 주인장 부부의 마음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한편 6·25전쟁과 피난시절에 껍질만 벗기고 버리던 꼼장어를 피난민들에게 구워 팔면서 시작됐다는 꼼장어구이는 어느덧 고급 음식과 스테미너 건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참숯불 해궁장어/내덕로 4번길 11(무계동 154-9)/참숯불 꼼장어구이 1인분 1만 5천 원, 꼼장어양념구이 3만 5천~5만 5천 원/참숯불 장어구이 기본 3인 3만 3천 원/돌판양념구이 3만 5천~5만 5천 원/055-314-9773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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