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그래피는 읽기 쉽고 아름다우며 균형감과 안정감이 중요합니다." 주어만 '화실 207' 수강생이 캘리그래피 작품을 쓰고 있다.
균형감과 안정감에 포인트 둔 붓글씨
읽기 쉽고 아름답게 쓰는 게 가장 중요
생활 물품 모든 것에 새길 수 있어
활용 가능한 분야 무궁무진 큰 장점
대청동 '화실 207' 총 12주 과정 운영

책상 위에 화선지와 벼루가 놓여 있다. 한 수강생이 먹물을 적신 붓으로 화선지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붓이 스쳐 지나간 화선지에는 그림인지 글씨인지 헷갈릴 만큼 독특한 서체로 적힌 글자가 가득했다. 글을 써내려가던 수강생은 자신이 적은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내 다른 화선지를 꺼내 들고 똑같은 글씨를 반복해서 쓴다.
 
대청동 '화실 207'에서 진행중인 '캘리그래피' 수업 장면이다. 교실을 둘러보니 어느 곳 하나 글이 적혀 있지 않은 물건이 없었다. 선반 위에 놓인 머그컵, 벽면에 걸려 있는 에코백 등 눈에 보이는 물건마다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림 같은 글씨를 보니, 글을 썼다고 해야 할지 그렸다고 해야할지 헷갈릴 정도였다.
 
캘리그래피는 '아름답다'는 뜻 'Calli'와 '기술·표현법'이라는 'Graphy'의 합성어다. 그리스어인 'Kalligraphi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화실 207'의 김주혜(32) 원장은 원래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한국캘리그래피협회 부산지부에서 2년간 공부한 뒤 지난 3월 대청동에서 '화실 207'을 열었다. 김 원장은 "캘리그래피는 붓으로 글을 쓴다는 점에서 서예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연습을 할 때도 펜보다는 붓으로 연습한다. 붓은 펜보다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화선지 위에 같은 글씨를 반복적으로 쓰고 있었다. 책상 위에 쌓인 화선지만 이미 수십 장이었다.
 

김 원장은 "평소 붓을 잡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캘리그래피를 처음 배우는 수강생들은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캘리그래피는 균형감과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 가독성 때문이다. 글씨가 아무리 그림처럼 아름다워도 읽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예와 캘리그래피는 겉으로는 비슷해 보였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확연히 달랐다. 김 원장은 "서예는 법칙과 정신을 중시한다. 캘리그래피는 꾸밈과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긴다. 캘리그래피는 붓뿐만 아니라 펜으로도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서예보다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요즘 자주 들고 다닌다는 에코백을 보여줬다. 에코백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 나오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그는 "좋아하는 시나 글귀,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물건에 새길 수 있다. 에코백뿐만 아니라 석고방향제, 양초, 책갈피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직장반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허유미(36) 씨는 "반 아이들에게 학기가 끝나면 책갈피를 선물해주려고 캘리그래피를 배우게 됐다. 캘리그래피는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감정이 담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서 책갈피로 만들어 선물해주면 의미가 클 것 같다. 연습용으로 쓴 책갈피를 아이들 몇 명에게 줬더니 너무 좋아해서 뿌듯했다"며 웃었다.
 
'화실 207'은 오전반(오전 10시~낮 12시), 오후반(오후 2~4시), 직장반(오후 6~8시)로 나눠 반별로 매주 1회 수업을 진행한다. 총 12주 과정이며 수업료는 월 20만 원이다.


▶화실 207/대청동 61-7 센타빌딩 2층. 010-6820-8823

김해뉴스/ 정혜민 기자 jhm@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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