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관 독자위원·김오랑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비행기 이코노미석이라도 감지덕지하는 처지라 다른 상급 좌석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1등석 승객에게는 라면, 땅콩도 제공된다는 정도는 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 임원이 라면으로 항공기 승무원을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그 항공사의 임원이 본인 가게의 살림을 늘려주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급기야 기장을 겁박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을 하기시켰다. 본인에게 땅콩을 잘못 바쳤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항공 규정상 모든 탑승객은 기장과 사무장의 지시를 따라야하므로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그 임원은 직접적인 통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장과 사무장은 그들이 부여받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후 재벌의 추한 속살이 드러났다. 회사는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목격자의 입막음을 시도했으며, 직원들의 사적인 대화까지 감시했다. 반성이 없는 사과문을 내놓고 자사 출신 국토교통부 조사관들을 통해 조사내용을 공유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민을 우롱했다. 이 사건은 개인 소양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의 붕괴에서 일어난 현상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부의 세습을 국가와 정치권력이 지원하고, 법을 위반해 수감된 경제인의 가석방을 허가하는 나라에서 갑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힘은 깨어있는 시민과 그들의 조직된 힘 그리고 정의로운 언론 뿐이다.
 
김해를 보자. <김해뉴스> 9월 24일자 1면을 보면 LH공사가 장유 율하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문전옥답을 내놓은 이들이 토지보상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하여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한다. 경남도와 김해시 등 감독기관은 부당한 권위에 의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후속보도가 없는 점은 아쉽다.
 
12월 24일자를 보면, 같은 달 19일 김해시의회에서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정회 중에 김해시의 모 국장이 시의원에게 폭언을 했다고 한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본업이고, 시민들은 그 공무원의 업무를 감시하기 위해 유급의 시의원을 뽑아 의회에 보낸 것이다. 신분과 임무를 망각한 이들이 '호형호제'하며 짬짜미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 된다. 엄동설한에도 변방을 지키는 초병이 있어 국민이 발을 뻗고 자듯이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시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8월 27일자 3면 노인 장기요양제도에 관한 기사를 보니,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박봉·과로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보살피는 노인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요양보호사의 실태는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심각했다. 하루하루가 힘든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참 고마운 기사였을 것이다.
 
미국의 전 상원의원이었던 대니얼 모이니핸은 "어떤 나라의 신문들이 좋은 뉴스로만 채워져 있다면 그 나라의 좋은 사람들은 모두 감방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에 비해 서민으로 살아가는 삶은 너무나 팍팍하다. <김해뉴스>가 2015년 새해에도 말을 잃은 이들의 입이 되고 앞이 캄캄한 이들의 눈이 되어 부당한 권력의 횡포와 싸우면서 늘 시민과 함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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