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방 한 칸
(김문홍 지음/도서출판 해성/312p/1만 5천 원)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희곡작가 김문홍 씨가 다섯 번째 희곡집을 발간했다. 작가는 이 책에 실린 희곡에서 문학성과 작가의 성찰,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냈다.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작품들이다. 책에 수록된 6개의 희곡작품은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자신을 되찾고 중심을 잡아갈 수 있도록 생각할 기회를 준다. 6개 중 4개는 이미 공연된 작품의 희곡들이다. '방외지사 이옥'은 제28회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 신인 여자연기상,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조선 후기 정조의 문체반정에 맞서 끝까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체를 바꾸지 않았던 문인 이옥의 파란만장한 삶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거대한 정치권력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지식인을 표현한 작품이다. 표제작 '지상의 방 한 칸'은 2010년 부산연극협회 합동공연작이다. 현실에 대한 절망과 소통 부재라는 이중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 분이 오신다'는 제30회 부산연극제 공연작품으로 김상필이라는 인물이 세한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서서히 밝혀간다. '강빈, 조선을 깨우다'는 창작뮤지컬로 2013년 광명연극협회 합동공연작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지만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삶을 살다 간 새로운 조선의 여인상을 제시했다. 미 공연작 '속절없이 봄날을 간다'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도 함께 수록됐다. 


▶방촌 황희 평전
(이성무 지음/민음사/540p/2만 5천 원)

"성품이 지나치게 관대해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했고 청렴결백하지 못했다." 조선시대의 재상이었던 한 인물에 대한 당대와 후대의 평가이다. 누구를 말하는 걸까? 놀랍게도 이런 평가를 받았던 인물은 우리가 조선의 청백리 재상으로 알고 있는 황희이다. 물론 황희는 현대에 존재한다면 능력 많고 경험 많은 행정의 달인으로, 탁월한 관료로, 뛰어난 외교가로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태종으로부터 "이 말이 누설 된다면, 내가 아니면 경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총애를 받았다. 세종은 황희의 잘못된 행동을 덮어주고 "지혜는 일만 가지 정무를 통괄하기에 넉넉하고, 덕은 모든 관료를 진정시키기에 넉넉하도다"라고 칭찬하며 그의 국무 총괄 능력을 높이 샀다. 황희는 국정을 논할 때 먼저 말하는 법이 없었다. 모든 신하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 말할 때까지 듣고 난 뒤 마지막에 종합적인 판단을 내렸기에 태종과 세종은 으레 "황희의 말대로 시행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56년 관직생활동안 재상으로 24년, 그 중에서도 영의정으로 18년을 재직했던 황희는 권력의 중심이었다. 그런 만큼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기도 했다. 홍유룡의 첩을 노비로 삼기도 했고, 자신과 친한 안숭의 아들 안숭신을 특채했다. 대사헌 시절 황금을 뇌물로 받아 '황금 대사헌'이란 별명을 얻었는가 하면, 사위 서달이 아전을 죽이는 일이 발생하자 이를 덮으려다 파면당하기도 했다. 둘째 아들 황보신이 국가 물품을 훔쳐다 쓴 사건도 있었다. 다만 황희는 뇌물사건이 들통 났을 때 그 사실을 깨끗하게 시인했다고 한다. 조선 최고의 재상 황희의 진면목을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이 들려준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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