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김해시청 앞 주차장에서는 환경미화원 200여 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김해시 청소과 장 모 과장이 청소행정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암동 동장으로 전격 전보됐다. 도대체 김해시 청소행정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날 시위를 주도한 환경미화원들은 김해시 청소용역대행업체인 김해시공영(유), ㈜김해환경, (유)김해공영 등 3개 업체 소속이다. 청소대행 3사 노조연합회는 김해시가 추진 중인 청소행정종합대책 때문에 고용 불안전성이 높아졌다며 △신규업체로 이적 시 5년 간 고용보장 △퇴직위로금 지급 △임금인상 조정 △장학금 지급 및 복리후생시설 설치 등 5개 항의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이날 시위는 김해시가 추진 중인 청소행정종합대책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실 김해시는 지난해부터 인구 50만 명의 대도시에 걸맞은 청소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청소행정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음식물류폐기물 유상수거 △생활쓰레기 고형 연료화 △음폐수 해양투기금지에 따른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청소구역 세분화 등이다. 이중 환경미화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부분이 청소구역 세분화안이다.

시, 구역 세분화 등 '청소행정종합대책' 따라 현행 대행 3사에서 2개사 늘려 총 5개사 추진
업체 "할당 구역 줄어들면 대행료 15% 감소" 노조 "대규모 감원 등 고용불안 초래" 반발

김해시는 지난 20년 동안 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김해시공영, 김해환경, 김해공영 등 3개 업체가 대행해온 청소구역을 5개 구역으로 세분화해 2개 대행업체를 더 참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기존 청소용역대행업체 3사는 청소용역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규모 감원을 할 수밖에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소용역대행업체가 5개로 늘어나면 업체당 지급되는 청소 대행료의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청소용역대행업체 대표는 "그동안 시를 믿고 막대한 자본을 들여 천연가스 차량 등 고가장비에 투자했는데 일감이 줄어들면 일부 장비가 쓸모없게 돼 재산상의 손실이 크다"면서 "이런 식으로 업체가 영세화되면 효율이 높은 고가 청소장비에 투자할 수 없고 청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3개 업체 환경미화원들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청소용역대행업체 대표는 "시가 청소대행업체 수를 5개로 늘려 청소구역이 줄면 업체당 대행료가 최소 15%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현재 고용하고 있는 3사 전체 250여 명의 환경미화원들 중 40%를 해고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환경미화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큰 데다 새로 진입하는 업체에 고용승계가 되더라도 신규업체가 경력자들에게 불리한 고용조건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김해환경 김재일(52) 노조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기존 115개 청소대행업체를 81개 업체로 줄이고 있는데 김해시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해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20년 간 유지해오던 기존 3사의 독과점 수의계약 체제에서 탈피, 2곳의 청소용역대행업체를 신규로 선발하고, 업체별 협약기간을 1년 단위로 지정해 청소대행업체 간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난해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이 오는 7월 2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7월부터 청소대행업체평가를 실시하고 기준미달 업체는 시에서 영업정지나 대행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김해시 청소행정과 임영철 계장은 "기존 3개 업체 중 하나의 업체라도 기준미달로 업무중지가 되면 청소행정상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청소대행업체를 5개로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또 노조가 주장하는 고용불안에 대해서도 임 계장은 "기존업체에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경우 특별한 조건 없이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조항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그러나 그 밖의 요구사항은 노동자와 용역업체 간의 노사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 관여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김해시의 답변에 대해 청소용역업체들과 환경미화원 노조의 반응은 차갑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뤄져야 할 올해 청소대행계약체결을 업체 측에서 현재까지도 거부하고 있다. 업체들은 최소 2년 간 청소행정종합대책 시행을 보류해줄 것을 김해시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3사 환경미화원들은 미계약 상태로 시의 청소업무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나 요구사항에 대한 진전이 없을 시 곧 전면파업과 거리시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자칫 청소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청소행정과 임 계장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청소대행 업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곧 있을 감사에 문책 사유가 될 수 있다"며 "협상이 더 늦춰진다면 5개 업체 모두 신규업체로 공고를 하여 공개 선발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김해시와 청소대행업체 간의 계약체결 여부와 청소대행업체 선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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