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서 온 소녀
(이미희 지음/하루헌/287쪽/1만 2천 원)

"무덤이란 어떤 곳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희미한 안개 같은 것에 둘러싸인 막막한 공간인가. 그 속에 누워서 바람에 부대끼고 비에 젖으면서 천천히 삭아 가겠지. 내가 살았던 흔적은 이 세상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겠지. 숨이 끊어지고 나면 넋도 바람결처럼 풀려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자신이 모시던 권력자가 세상을 떠나자 그 무덤 속에 함께 순장된 가야의 소녀 '송이'의 마음은 이러했다. 2007년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동 가야 고분군 15호에서 금동 귀고리를 착용한 1천500년 전의 인골이 발견됐다. 송현동 가야 고분군 15호는 창녕지역에 있었던 가야 비사벌국 지배계층의 무덤이다. 발굴 당시 5구의 인골이 있었는데, 4구는 순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고고학, 법의학, 유전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소녀로 추정되는 인골을 복원했다. 복원 결과 16~17세 정도의 소녀로 판명됐다. 키는 153.5㎝, 허리는 21.5인치. 상태로 보아 반복적으로 무릎을 꿇고 일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복원 결과 '팔이 짧고 허리가 가늘고 턱뼈가 짧고 얼굴이 넓고 목이 긴 미인형'의 실리콘 전신상도 만들어졌다. 송현동 고분에서 나왔다고 해서 '송현이'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KBS라디오 이미희 PD가 순장된 가야의 소녀를 소설로 부활시켰다. 이 PD는 송현이가 어떤 삶을 살다 순장을 당했고, 어떻게 1천5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소설이다.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이채훈 지음/사우/332쪽/1만 4천 원)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 방송실의 문을 잠그고 LP판 한 장을 골라 턴테이블 위에 올렸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소리에 놀란 간수들은 앤디에게 음악을 끄고 나오라고 윽박지르지만, 앤디는 오히려 소리를 한껏 올려 버린다. 그러자 교도소 운동장에 내걸린 스피커에서 소프라노의 이중창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순간, 운동장에 있던 죄수들이 하나 둘씩 허리를 편다. 다들 무표정이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의 얼굴 위로 어떤 '감정'들이 퍼져나간다. 늘 교도소장의 훈시가 흘러나오던 스피커에서 갑자기 흘러나온 노래 한 곡조. 그 음악은, 죄수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유를 향한 그리움을 일깨워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쇼생크 탈출'에서 감동적인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다. 이때 흘러나온 음악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의 아리아 '산들바람의 노래'이다. 클래식 칼럼니스트인 이채훈 씨가 음악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책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삶과 음악, 음악가의 인생을 버무려 독자를 편안하게 클래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클래식을 누구라도 즐기게 될 수 있다. 이 책의 다른 매력은 저자가 추천하는 모든 음악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첨부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책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즉시 찾아 감상할 수 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