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초등학교 양미현 교사
생각·질문·공유·말하기·글쓰기 기초
현장교육 방식 새로운 전략 수립 필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문장력 좋아져
실력 쌓이는 만큼 자신감도 점차 향상

"우리나라 독서토론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달리기대회에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죠. 뛰기 전에 걷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독서토론에 대한 책 <진짜 독서를 위한 ZINBOOK(진북) 독서토론-질문하고 경청하고 토론하는 한국형 하브루타>를 출간한 한림초등학교(교장 정상헌) 양미현 교사의 말이다. 그가 쓴 책은 6년간 교사 인성독서동아리 '아고라북'을 운영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을 적용했던 사례들을 담고 있다. 그는 "독서의 끝은 글쓰기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다가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공부를 같이 했던 다른 교사, 학부모 들과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교사와의 일문일답.

-책 이름에 '진북'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진짜 책이라는 뜻이다. 진정한 독서를 통해 인성을 발전시키고 자아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진북이라고 했다. '탄탄 톡서 토론'은 독서를 통해 토론 태도와 능력을 탄탄하게 쌓아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브루타는 '짝 토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한 사람이 물으면 다른 사람은 대답하고, 궁금한 것이나 주장에 허점이 있을 때에는 지적해주는 유대인들의 전통 학습법이다.
 
-아고라북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10년 서상훈 씨의 '천재 독서법 독서토론 워크숍'에 참가했다. 이후 독서 토론을 통해 탄탄한 인성을 갖추자는 취지에서 뜻이 맞는 교사들을 모았다. 우리나라 독서토론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브루타 학습법을 바탕으로 아고라북을 만들게 됐다. 2011년에는 <자기주도학습 실전로드맵>을 출간하기도 했다.
 
아고라북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연수를 많이 한다. 일반상담사에서 수업전문 컨설턴트까지 다양하게 초빙해서 강연을 한다. 수업을 계획하거나 모의수업을 해보며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토론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학교 교육과정에 연계해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한다. 교사들이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하게 함으로써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로 이 방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제7회 김해시 평생학습축제에서는 체험관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학부모, 학생 들에게 아고라북의 교육 방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음카페와 밴드 앱을 통해서도 아고라북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고라북의 독서토론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한다면.
 
▶독서토론은 '탄탄(TANTAN)'이라는 약자로 설명할 수 있다. 'Think(생각하며 읽고)-Ask(질문을 나누며)-Network(정보와 생각을 공유한다)-Talk(말하고 나서)-After(그 이후에)-Note(정리하며 글을 쓴다)'는 뜻이다.
 
독서토론은 소리내어 읽는 역할극, 경험 나누기, 토킹 스틱을 활용한 토의, 베껴쓰기 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정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라고 하면 사람마다 질문이 다 다르다. 또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도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내용은 같더라도 표현이 다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말하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베껴쓰기에 대해서는 대개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마다 베껴쓰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도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베껴쓰라고 했을 때 각자가 베껴쓰는 부분은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부분을 베껴 썼다면 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명이 베낀 부분이 겹치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인 셈이다. 이를 통해 객관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토론을 해보니 어땠는가?' 등이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보는 것은 이야기 자체를 넘어 숨은 주제를 생각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독서토론에서는 대개 감상문을 적은 뒤 발표하라고 한다. 이와 달리 아고라북 독서토론에서는 감상을 말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은 뒤 감상문을 쓰도록 한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학생들은 감상을 말하면서 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감상문의 내용도 더욱 풍부해진다. 여럿이 모여 토론을 하거나 1 대 1 짝 토론을 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같은 상대방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므로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계속 말하게 하지 않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말하게 한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한 학생들도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보면 점점 실력이 늘어서 자신감을 갖는다.
 
-독서토론을 통해 좋은 결과를 거뒀던 사례가 있다면.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활동도 한다. 장유도서관에서 남녀 어린이들과 어울려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여자 어린이들의 글 쓰기 실력이 더 좋았다. 한 남자 어린이는 처음에 독서 감상문을 쓸 때는 다섯 줄 밖에 못 썼다. 하지만 구체적 설명을 달아주는 등 글쓰기에 도움을 주자 점차 실력이 늘어 나중에는 종이 한장을 다 채우기도 했다.
 
교사들도 변화를 겪는다. 한 교사는 "제 인생은 독서 토론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토론이 참 좋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과 같다면 공감을 느낀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부분에서는 '상대방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생각 듣기와 자신의 생각 말하기 교육이 잘 안 돼 있다. 이 상태에서 학생들을 토론대회에 내보내는 것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를 달리기대회에 내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입식 교육보다는 꾸준한 상대방과의 말하기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다른 활동 계획은.
 
▶독서토론 덕분에 좋은 변화를 겪은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사례집을 하나 만들고 싶다. 교사들에게는 더 질 높은 워크숍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캠프에도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김해뉴스/ 김나혜·하지원·최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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