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하필이면 새벽. 아침이 되자 금세 녹아 버렸다.
 
날씨는 영하의 기온을 넘나들었다. 이런 날에는 몸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얼큰한 음식이 제격. 국물까지 있으면 더 좋지만 먹고 나서 든든하기만 해도 바랄 게 없다. 마침 김해공항에 볼일이 있어 가는 길에 평소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김해공항 근처 대저동의 '시장분식'을 찾아갔다. 김해는 아니지만 김해공항과 김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여서 김해공항 근처 식당을 소개하기로 했다.
 

▲ 노르스름하고 탱탱한 면발이 얼큰하고 담백한 선짓국과 어우러져 겨울철 별미로 인기 많은 선지칼국수.
김해공항 인근 대저 덕두시장 '시장분식'
쫄깃 면발과 담백·칼칼 선짓국 땀 송글
비빔밥·비빔칼국수 주문 땐 국은 덤

멀찌감치 주차를 한 뒤 덕두시장을 한참 찾아 헤맸다. 끝내 전화를 하고 나서야 조그마한 건물에 걸린 '칼국수 전문'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 왔다. 대체 이렇게 찾기 힘든 음식점을 다들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밖에서 보는 것 보다는 실내가 널찍했다. 점심때인데 손님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연이어 사람들이 몰려와 자리를 가득 채워버렸다. 혼자 구석자리에 앉아 선지칼국수를 주문했다. 김치는 덜어 먹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빔밥과 비빔칼국수를 많이 주문했다. 의문은 잠시 후 쉽게 풀렸다. 선짓국이 따라 나오는 메뉴였던 것이다. 애꿎은 김치만 원망하듯 씹었다. 그런데 삼삼하니 맛이 있었다.
 

뚝배기가 아닌 큰 냉면그릇에 찰랑찰랑 선짓국이 담겨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 먹어보니 담백하고 칼칼했다. 합격이었다. 조심조심 갓난쟁이 다루듯 젓가락을 꽂았다. 탱탱한 면발이 두 개의 젓가락을 타고 손끝에 느껴졌다. 면은 달걀을 넣었는지 노르스름한 게 고소했다.
 
아무리 칼국수라도 분명 핵심은 선짓국이다. 선짓국에서 선지가 생명인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선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누린내를 참을 수 없다. 조심스레 선지를 한 입 물었다. 말캉한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큼직한 선지는 담백하고 고소했다.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재료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깨끗하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한낮의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다. 등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덕두시장은 김해공항을 지척에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도 항공사 여직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선지칼국수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덕두시장. 051-973-8735. 칼국수 5천 원, 선지칼국수 5천 원, 비빔밥 6천 원, 비빔칼국수 6천 원.




김해뉴스
울이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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