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한 프랑스산 달팽이 요리도 맛보시고 뒷산에 풀어 키운 닭으로 만든 옻닭백숙도 드시면 올 겨울은 거뜬할 겁니다." 이유갑 소장이 상동 달팽이초원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다.
종자 수입해 주인장이 직접 길러 요리
튀김·수육·진액까지 메뉴 구성도 다양
뒷산에 풀어 키운 닭으로 옻닭백숙
부드러운 고기와 진하고 고소한 국물

프랑스의 유명한 음식 중에 '에스카르고'라는 게 있다. 바로 달팽이 요리다. 식사 전에 전채로 먹는 음식이다. 프랑스에 단체여행을 다녀온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현지 식당에서 이 요리를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해에 프랑스산 달팽이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유갑(56) 소장의 안내를 받아 그곳에 다녀왔다.

이 소장과 함께 상동면으로 차를 달렸다. 상동면사무소를 조금 지나자 상동나들목(IC)이 나왔다. 조금 더 달리자 왼편에 '청사초롱 가든'이란 안내판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 옆 골목길로 들어서니 삼거리가 보였다. '달팽이초원'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목적지였다.
 
달팽이초원에서는 달팽이 요리를 팔고 있었다. 더불어 닭·오리 고기도 취급하고 있었다.

이 소장은 미리 달팽이 무침과 옻닭백숙을 주문해 놓았다.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 채 10분도 되지 않아 옻닭백숙이 먼저 나왔다. 밑반찬으로는 고들빼기김치, 부추절임, 갓김치 등이 식탁 위에 올라 왔다. 식당 주인 김용원(57) 씨는 "닭은 뒷산에 풀어 키운다. 밑반찬 재료는 텃밭에서 가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는 부드러웠다. 냉동 닭고기에 비해 훨씬 고소했다. 국물도 진하고 고소했다.
 
옻닭백숙을 즐기는 동안 이 소장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서상동 북문 인근에 있는 광남아파트 옆 주택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김해중학교, 김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학사는 물론 석사, 박사까지 다 마쳤다. 그는 "대학원에 다닐 때 형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지금은 별세한 큰 형 이양일 씨는 서울대학교를 나온 뒤 삼성과 효성 등에서 근무했다. 둘째 형 이영갑, 셋째 형 이수갑 씨는 부산 수산대학교(현재 부경대)를 나와 선장으로 일했다.
 
이 소장은 부산대학교, 인제대학교, 경남대학교 등에서 시간강사 및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1999년 11월 경남, 부산에서는 최초로 아동심리연구소인 '지효 아동·청소년심리발달연구소'를 개설했다.
 

▲ 프랑스에서 직접 종자를 수입해 기르고 있는 달팽이.
이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에 옻닭백숙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이 소장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용원 씨는 곧바로 달팽이 회무침을 들고 왔다. 김 씨는 프랑스에서 종자를 수입해 와 집에서 직접 키운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뒤 그와 함께 달팽이 사육실에 가 봤다. 보온을 위해 이중삼중으로 차단막을 설치한 사육실 안에 검은 플래스틱 통 100여 개가 놓여 있었다. 김 씨는 그 중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서 큼지막한 달팽이 20여 마리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식용 달팽이여서 일반 달팽이 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다.
 
회무침 달팽이의 맛은 담백했다. 매우 부드러워서 누구라도 쉽게 먹을 수 있을 듯 했다.

김 씨는 고향이 전남 담양이다. 떡갈비로 유명한 곳이다. 그는 "떡갈비는 염소고기로 만들어야 제맛"이라며 웃었다. 그의 부인도 동향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회무침 자체의 맛이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달팽이는 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나 술을 자주 마시는 애주가들이 달팽이 진액을 마시면 큰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달팽이초원에서는 회무침 외에 찜, 튀김, 수육에 진액까지 다양한 달팽이 요리를 만든다. 프랑스식 달팽이 요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맞지 않아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었다. 이 소장은 "지난해 6·4지방선거 때 김 사장이 달팽이 진액을 선물로 줬다. 힘든 선거 일정이었지만 진액을 마신 덕분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 씨는 "달팽이는 고단백식품이다. 우리 집에서 만드는 찜은 콩나물 등을 넣어 아구찜처럼 만든다. 실제로 먹어보면 아구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에서 달팽이를 키우기 시작한 첫 세대나 마찬가지다. 나한테 와서 여러 가지를 배워간 사람들이 달팽이를 키우거나 식당을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달팽이 회무침.
달팽이초원은 위치가 애매하다. 그래서 처음 가는 사람들은 길을 찾기가 힘들고, 주로 단골들이 이용한다. 이 소장은 "김 씨가 집에서 닭과 채소 등을 직접 키우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하다. 사실 이 식당은 그동안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대학에 다닐 때 단과대 대의원 의장을 맡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했다 한다. 그런 그는 2006년 제8대 경남도의원 선거 때 공천을 받았다. 도의원으로 한 번 활동한 뒤에는 꿈이 높아졌다. 김해시장 선거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은 물론 지난해 6·4지방선거까지 두 번 모두 탈락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 소장은 지금은 정치에 대한 뜻을 접고 자신의 본업인 심리 상담 관련 업무에 몰두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김해시민들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단순한 상담센터를 넘어 ㈔인성교육원을 만들고 싶다. 상담 외에 교육, 교재출판까지 할 생각이다. 앞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달팽이처럼 꿋꿋하게 천천히 세상을 살겠다"고 말했다.


▶달팽이초원 /상동면 매리 833-2. 055-331-9636. 달팽이찜·튀김·무침·수육·오리불고기 3만 원, 옻닭백숙 4만 5천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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