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사람이 되겠다던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됐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친노 텃밭'에서 승리했다. 김 후보는 51.0%를 득표해 49.0%를 얻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1천773표 차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의 전국적인 참패 속에서, '노무현의 적통'을 자임하며 승리를 확신하던 야권 단일후보를 꺾고 당선됨으로써 한나라당 내 위상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 단일화 과정에 불협화음을 초래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김해을의 투표율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41.6%로 높게 나왔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의미는 한마디로 '김태호의 승리'로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통적 우세지역이던 성남 분당을에서 패배하고, 승리를 장담하던 강원지사 선거에서마저 패했다. 이 같은 결과에서 보듯이 이번 선거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고물가, 전세난 등 정부와 여당의 거듭된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김태호 당선자는 야당의 텃밭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중앙당의 지원없이 이기고 당선됐다.
 
선거 초반의 분위기는 김 당선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20%포인트 이상 밀리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더구나 참여당은 유시민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상주하다시피 하며 거당적으로 이 후보를 지원했다. 김 당선자는 이를 '나홀로 선거'로 돌파했고 결국 바닥 표심을 이끌어냈다.
 
김해을의 지역별 득표 현황을 보면, 김 당선자는 김해을 8개 선거구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진영읍에서 900여 표 가량 뒤졌을 뿐 나머지 7개 지역에서는 이 후보를 수 십에서 수 백여표 가량 앞서거나 대등하게 득표했다. 특히 선거인수가 가장 많고, 30~40대 직장인이 밀집해 이봉수 후보 측이 기대를 걸었던 장유면에서도 김 당선자는 700여표 차이로 이 후보를 눌렀다.
 
이 같은 선전은 재선 도지사 경험이 있는 김 당선자가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내세운 인물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또 당의 유세지원을 사양한 채 별도 수행원도 없이 진행한 '나홀로 선거' 전략이 측은함을 자아내면서 총리 낙마의 상처와 '낙하산 출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부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직접적인 유세지원 대신 물밑 지원을 펼친 한나라당의 양동작전도 주효했다. 후보 본인은 홀로 거리로 나섰지만, 부산에서도 김무성 원내대표의 지휘 아래 부산 의원들이 총동원돼 김해 지역 연고자 찾기에 나서는 등 당 조직은 풀가동됐다.
 
이에 반해 국민참여당은 후보 개인의 한계에다 야권의 분열로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봉수 후보는 선거내내 진정성을 의심 받았고, 김태호 당선자를 상대로 인물론에서 밀렸다. 이 때문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기대 '친노·반노' 구도의 선거전을 펼쳤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극심한 갈등과 참여당 유시민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 그리고 그 여파로 나타난 민주당의 소극적 선거지원 등의 분열도 패배에 한 몫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측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에 질려버렸다"면서 "노무현 정신은 중요한 순간에 자기희생을 택하는 것이지만, 국민참여당은 자기이익을 고집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친노' 사람들 마저 분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은 자신들이 지원한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이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자 손을 놓았고 참여당 측은 이들에게 '구(舊)친노'라는 이름까지 붙여 갈등했다.
 
결국 야권 단일화라는 형식에만 성공했지, 화학적 결합은 이루지 못 한 것이 패배의 원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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