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가야가락예술단의 '넋이야 넋이로다' 공연이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열렸다. 1부 '소리 나래'의 첫 무대가 열리자,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앙증맞은 산타복을 차려 입은 어린이 5명이 창작 국악동요 공연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가야가락예술단 홍승자(50) 단장의 가르침을 받은 꿈나무 소리꾼들이었다. 판소리에 흠뻑 빠진 이현서(6), 박혜영(10), 이유진(10) 어린이와 정준수(11)·정나눔(7) 남매였다. 정준수 군만 남자고 나머지는 다 여자 어린이들이다.
 
'판소리 5남매'는 지난 8일 삼계동에 위치한 '홍승자 판소리연구소'에 모였다. 각자 빨간색, 노란색 등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한복을 입었다. 홍 단장이 "모이자"라고 말하자, 어린이들은 자리에 앉아 창작 국악동요 '눈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작은 몸에서 나온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고 자신감 있게 노래를 불렀다. 여자 어린이들은 장단에 맞춰 양손을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음절마다 정확한 발음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에 심취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니, 소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해의 '판소리 5남매'가 홍승자 씨의 북장단에 맞추어 창작 국악동요를 부르고 있다.
이현서·박혜영·이유진,정준수·나눔
우리 소리에 심취한 '판소리 5남매'

어린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홍승자 단장 아래에서 소리를 배웠다. 1주일에 두 번 어머니의 손을 잡고 '홍승자 판소리연구소'를 찾아가 악보도 없는 판소리를 홍 단장의 예곡만 듣고 따라 불렀다.
 
이현서 양은 판소리를 시작할 때 한글도 잘 몰랐지만 꾸벅꾸벅 졸면서 소리를 배웠다. 어머니가 "한글 공부하자"라고 하면 관심이 없다가도 "판소리 공부하자"고 말하면 신발도 신지 않고 따라갈 정도였다. 배운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번이나 단독 축하공연을 했다. '판소리 하는 어린이'로 소문이 나면서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상을 받기도 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집에서 이러고 놀아요"라며 휴대폰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동영상에서 이 양은 작은 장구를 치며 판소리를 하고 있었다.
 
박혜영 양은 충청도에서 김해로 전학을 왔다. 그는 곧바로 "판소리학원을 알아봐 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다. 그러다 홍 단장을 만나게 되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자 "형식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오빠"라며 웃더니 "형식이 오빠 노래보다 판소리가 더 좋다"고 말했다.
 
이유진 양은 국악강사인 어머니 덕분에 태교부터 판소리로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탁월한 음감을 자랑한다. 가녀리고 조그만 어린이지만 "소리를 하는 것이 좋아서 큰 무대에 서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정준수, 정나눔 남매는 시작점이 약간 달랐다. 정 군은 유아 시절부터 음악에 소질을 보여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반면 동생은 조금 특별하게 판소리를 시작했다. 여자아이지만 목소리가 너무 저음이어서 걱정이 컸던 어머니가 딸을 연구소에 데려간 것이다. 이제는 고음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교정이 끝난 뒤 소리를 계속 배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정 양은 "저보다 어린 현서도 하니까 저도 계속해야겠다"며 웃었다.
 
홍 단장은 "판소리는 악보가 없는 노래라서 직접 듣고 자꾸 연습을 해야 한다. 엄마가 강제로 시켜서는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소리를 하고 싶어했다. 판소리를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전화연·황유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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