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의회 배창한 의장과 김맹곤 김해시장은 김해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두 사람이 어떤 길을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김해시의회와 김해시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고, 김해의 미래와 시민들의 삶도 결정된다.

그런데 이 마차의 한 축인 김 시장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죄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당연히 김해의 시정도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런 까닭에 마차의 다른 한 축인 배 의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의회 의장만이라도 역할을 제대로 해주어야 김해시가 '만파일엽(萬波一葉)'의 위태로운 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의장이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보여 온 모습은 그런 기대를 아예 접게 만들고 있다. 기자가 직간접적으로 들어본 김해 시민들과 정치인들의 배 의장에 대한 평가는 일관되게 부정적이다. 이들은 기자에게 되려 "배 의장이 뭔 일을 하긴 하고 있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의장 자리에 앉은 직후부터 김해시의회는 계속 갈등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7월 의장선거 부정투표 논란으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과 새누리당의 법적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두 당은 지난해 12월에 2015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충돌했고, 급기야 시의회 사상 처음으로 새누리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배 의장의 '정치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정투표 논란에 따른 자격과 자질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갈등을 조율함으로써 공공의 선을 찾아나간다는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듯 보였다.

새정치의 A 시의원은 "의장은 현안이나 갈등이 있을 때 의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배 의장은 그럴 생각 자체가 업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 의장은 일이 생기면 의장실로 새누리당 시의원들만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새정치 의원들과는 대화가 거의 없다"고 한심해 했다. 새정치의 다른 B 의원은 "배 의장이 새정치 의원들에게 판공비로 밥이라도 한 번 사면서 '이해를 구한다. 잘 할 테니 도와 달라'고 하면 현재의 반목과 갈등은 쉽게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배 의장은 만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일이 더 꼬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배 의장은 의장으로서의 중립적 행보나 '통 큰 정치'와는 아예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최근 <김해뉴스>에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가자 일부분을 문제 삼아 새정치의 한 시의원을 찾아가 질타했다고 한다. 여야 구분 없이 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한 시의원으로서의 언행을 보인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49조 '의장의 직무' 조항을 보면 '지방의회의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라고 돼 있다. 새누리당 출신 시의원이라 하더라도 의장이 됐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 의장은 '시의회 의장은 특정 정당의 대표가 아니다'는 이 조항의 속뜻을 잘 모르고 있는 듯 보였다.

배 의장은 지난해 7월 <김해뉴스>와 가진 의장 당선 인터뷰에서 '대화와 타협, 민주적 절차'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반 년 동안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오히려 '거만한 독선과 분열, 민주적 절차를 가장한 힘의 논리'만을 읽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다 아는데, 그만 모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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