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요리법
(조자호 지음, 정양완 옮김/책미래/576쪽/3만 원)

"정월장은 메주 한 말에 물 석 동이면 간장 빛이 좋습니다. 소금은 물 한 동이에 소두 닷 되(약 9L)면 적당합니다. 소금물은 하루 전에 풀어 놓았다가 고운 체로 밭아 놓고, 메주를 솔로 정하게 쓸어가지고 독에다 담고 장물 푼 것을 붓습니다. 물을 다 붓고 통고추 몇 개를 넣고, 참숯을 자질구레하게 쪼개서 불을 빨갛게 달구어 서너 개 넣고, 대추도 몇 개만 넣으십시오. 장 담근 지 한 50일만 되면 뜨게 됩니다. 뜨기 전에도 한 3일 지난 후엔 매일 식전에 열어 놓았다 저녁이면 덮으십시오." 옆에서 누군가 조근조근 장 담그는 법을 일러주는 듯 하다. 75년 전에 쓴 조자호 선생의 <조선요리법>이 다시 출간됐다. 이 책은 우리 음식의 전통조리법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조자호(1912~1976)는 요리연구가이자 교육자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병과점 '호원당'의 설립자이다. 그는 조선 말기 철종에서 고종 초까지 10년간 영의정을 지낸 조두순(1796~1870)의 증손녀로 마지막 왕비 순종황후 윤대비와 이종사촌 간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궁중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구한말 명문대가의 양반가 전통음식과 조선왕조의 궁중요리를 익히며 자랐다. 그가 1939년에 쓴 이 책은 방신영(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과 당대 쌍벽을 이루는 한국음식 조리서이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맥이 단절될 상황에 처해 있던 우리 전통음식의 정수인 양반가음식과 궁중음식의 조리법들을 손쉽게 익힐 수 있도록 1930년대 당시의 구술체 한글로 정리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나는 고작, 서른이다
(정주영 지음/프롬북스/247쪽/1만 3천800원)

많은 젊은이들은 서른 살쯤 되면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고, 점심 때면 사원증을 달고 밖으로 나가 뭘 먹을지 고민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후식 삼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시대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했다. '호기 어린 19세. 대기업을 질타한 일로 언론에 유명세를 탔지만, 9시 뉴스에 외모가 노출된 후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 탓에 온갖 악플에 시달리며 20대를 모조리 까먹은 남자. 자살기도 실패 후 50㎏ 감량에 성공해 베스트셀러 저자로 수많은 방송에 출현했지만 여전히 구직 중인 놈. 그리고 어릴 적 꿈인 뮤지션이 되겠다며 아직도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찌질이.'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을 소개한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백 명의 친구가 등록되어 있지만, 편하게 불러낼 친구 하나 없는 '웃픈' 현실, 수백 번 이력서를 고쳐 쓰고 지하철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집으로 향해 본 경험이 있음을 밝힌 자칭 '대한민국 대표 찌질이'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찌질해도 꿈을 꿔야 하는 서른 살의 서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범한 서른이라면 모두가 느낄 만한 일상적인 감정에서부터 세상과 부딪히며 어렴풋이 배워 알게 된 딱 그 나이만큼의 성찰을 담은 책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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