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책 한 권의 여유를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북카페다. 김해 지역의 북카페 네 곳을 소개한다.

■ 도서관 옆 도서관 '마중물'

▲ 편안한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북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북카페 '마중물'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한 여대생.
따뜻한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한 쪽 벽과 창가 곳곳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커피 포대로 꾸며진 천장과 오래된 LP판, 손님들도 자유롭게 연주해볼 수 있는 기타 등 편안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김해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봉황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중물'은 김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북카페다. '도서관 옆 도서관'이라는 부제답게 보유한 책만 2천여 권에 이른다. 매달 신간 도서가 20~30권씩 카페에 들어온다.
 
마중물을 운영하고 있는 홍희승 씨는 책을 유난히 좋아해 2013년 북카페를 열게 됐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이다. 홍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책이 에너지를 용솟음치도록 돕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마중물은 자유롭게 책을 읽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홍 씨는 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공간으로 카페를 활용할 생각이다. 그는 "트럼펫, 색소폰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항상 꿈꿨지만 바빠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독후감 쓰기 행사, 고전영화 상영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락로 125번길 63-1(대성동고분박물관 주차장 옆). 070-4197-1914.
 
■ 도서관 사서가 운영하는 '커피#'
내외동 법조타운 안에 위치한 '커피#'은 단골손님이 많은 카페다. 20평의 아담한 규모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목조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처음부터 북카페로 만든 장소는 아니지만 손님들 사이에서는 북카페라고 불린다. 카페 중간에 있는 책장을 중심으로 250여 권의 책을 볼 수 있다. 북카페 치고는 도서량이 적지만 여행, 에세이, 인문학 도서 등 주인장의 도서 취향과 잘 맞는 손님들이 많다.
 
커피#이 더욱 특별한 것은 정민경 사장의 전직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카페 문을 열기 전에 8년 동안 김해지역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다. 전직 사서답게 단골 손님의 독서 취향을 쉽게 파악해 책을 추천해주거나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커피#은 김해문화의전당과 가깝다 보니 업무상 모임을 하거나 사람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근무하는 문숙지 씨는 "정 씨와 도서 취향이 맞아 카페를 자주 찾는다. 편하게 대여도 해줘서 자주 책을 빌려가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서울의 내서재 같은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 작가와의 만남, 독서동아리, 각종 문화 행사를 열어 더욱 알찬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우암로 175 김해법조타운 1층. 055-321-2527.
 
■ 입소문 난 '8월의 크리스마스'
장유 율하 카페거리 인근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문을 연 지 1년 밖에 안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꽤 알려진 곳이다. 깔끔하고 차분한 실내장식이 돋보이는 이 카페에는 600권 이상의 책들이 구비돼 있다.
 
이 곳에서는 유명 베스트셀러 뿐 아니라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립 출판사의 책들을 찾아볼 수 있다. 카페 주인인 김세희 씨가 까다롭게 선별해 구입한 것이다. 최근에는 카페에 구비된 책을 본 한 시인이 직접 출간한 시집을 선물하며 꼭 카페에 두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독서동아리 활동이 열린다. 카페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씨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은 독서동아리 같은 모임을 갖기에 좋기 때문이다. 카페 게시판에는 공부동아리나 독서동아리 팀원을 모집한다는 쪽지가 종종 붙기도 한다.
 
김 씨는 또 카페에서 종종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그는 "상업적인 색을 띈 천편일률적인 흥행영화가 아니라 진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독립영화를 손님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라고 영화상영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카페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동네 유치원생들의 그림을 전시하거나 어머니가 그리는 그림을 전시하고 싶다. 누구나 전시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덕정로 186번길 19. 055-312-3007.
 
■ 전직 교사의 '좋아서 하는 카페'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가까운 곳에 '좋아서 하는 카페'가 있다. 캘리그래피와 사진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다. 이곳도 북카페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주인이 구매한 책이나 손님들에게 기증받은 책이 늘어나면서 손님들 사이에는 북카페로 알려졌다.
 
전직 교사였던 정인한 사장은 3년 전 카페를 차리면서 책을 카페에 비치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책을 기증하면 공짜 커피를 대접하는 방법으로 도서량을 늘려가고 있다. 그는 책을 비치하는 이유에 대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 직원들을 제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장이 스승 역할까지 하기 힘드니 책을 통해 직원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카페는 율하 카페거리의 수많은 가게 중에서 가장 이른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첫손님가게'로 등록돼 있어 첫 매출은 기부를 한다. 아침 시간에는 독서모임이나 공부모임을 하는 손님들에게 가게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우리 카페를 이데아 속의 카페로 만들자고 말한다. 손님들에게 이상향의 카페이자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덕정로 204번길 14. 055-334-3379.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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