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을 가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과 향 그리고 효소가 살아있는 각종 로푸드. 가열 음식과 패스트푸드에 찌든 현대인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가열하지 않아 효소 파괴 최소화
재료가 가진 영양소 통째로 섭취
미국 암병동 체질개선용 시작

다시마 증류 천사채 재료 잡채
견과류 패티와 토마토 햄버거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 가능해 인기

샐러드, 잡채, 파스타, 햄버거, 주스와 갖가지 디저트까지. 식탁은 온갖 음식들로 가득 채워졌다. 겉으로는 평범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가열하지 않고 만든 로푸드(raw food), 즉 생음식이다. 어쩌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그 생각은 달라진다. 익히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맛이 있다니…!
 
로푸드는 살균이나 균질 처리 등 화학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말 그대로 가열하지 않은 음식이다. 생식보다는 발전된 개념이어서 때로는 42~48도의 저온 건조만 거친다. 일반요리는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여 조리하지만 로푸드는 열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효소의 파괴를 최소화한다. 각 재료가 가진 효소를 통째로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 좋다고 한다.

내동의 시티빌빌딩 7층 '아로마힐링 허브쿡'에서는 로푸드를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진행 중이다. 교실에 들어서자 음식을 준비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파프리카, 당근, 오이를 채 썰거나 분쇄하는 등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로푸드는 원래 미국 병원의 암병동에서 체질개선 프로그램으로 시행하던 식이요법이다. 견과류, 메밀 등 재료는 물에 담궈 발아시킨 뒤 건조시킨다. 로푸드의 단맛은 식물에서 추출한다. 주로 곶감이나 스테피아라는 채소로 단맛을 낸다. 빵이나 케이크의 경우 반죽을 틀에 넣고 얼린 뒤 나중에 꺼내 먹으면 시중에서 파는 빵 같은 맛이 난다.
 
처음 만든 음식은 잡채였다. 일반적인 잡채는 당면을 다양한 야채와 함께 볶은 후 간장으로 맛을 내는 음식이다. 하지만 로푸드 잡채는 다시마를 증류해서 만든 천사채와 파프리카, 양배추, 당근, 양파 등을 이용해 가열하지 않고 만들어낸다. 직접 만든 데리야키 소스로 맛을 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잡채와 비슷하지만 천사채를 이용한 덕에 당면의 식감과는 조금 다르다. 맛도 고소해서 잡채의 맛을 충분히 재연한다.
 
햄버거는 빵 대신 토마토를 얇게 잘라 만든다. 속의 패티도 독특하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소고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바라기 씨 등의 씨앗과 견과류를 이용해 건조시킨 것이다. 맛이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매우 고소하다. 토마토, 양상추 덕분에 햄버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열을 가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과 향 그리고 효소가 살아있는 각종 로푸드.
이 밖에도 곤약과 두부를 이용한 크림 파스타, 된장 소스로 맛을 낸 채소 김말이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모양은 익힌 음식과 그리 다르지 않다. 맛도 비슷해 먹기에 부담이 없다.
 
회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은 디저트 종류다. 브라우니 외에 타르트, 초코쿠키, 주스 등을 맛 볼 수 있다. 오븐에 굽지 않고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디저트는 견과류의 가루를 이용해 만든다. 가루는 냉동실에서 굳혀 모양을 유지한다. 치즈케이크의 크러스트는 아몬드와 건시, 아가베 시럽, 카카오가루 등을 분쇄하여 만든다.
 
'아로마힐링 허브쿡'의 정향숙(53) 대표는 "로푸드 중에서 디저트 종류가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모카케이크를 먹어보면 정말 맛있다. 학생들에게 쿠키를 만드는 수업을 하러 학교에 간 적이 있다. 학생들은 완성도 하기 전에 다 먹어버리더라"며 웃었다.
 
정 대표는 원래 아로마, 천연화장품 강사로 활동했다. 지금도 8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회원들과 아토피, 알러지 등에 대해 상담하다 로푸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상담자 가운데 20%는 체질을 바꿔야 했다. 환경 외에 음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년 전 미국에 가서 로푸드를 처음 접했다. 이후 회원들에게 음식을 통한 체질 개선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로푸드 강좌는 2013년 9월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반만 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자격증을 위한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당초에는 목요일에만 수업을 진행하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주말반도 개설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로푸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정 대표는 "로푸드는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단맛을 내지만 당 성분이 없다. 그래서 당이 높은 분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로푸드는 원래 암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도입된 조리방법이다. 그래서 몸 안에 염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처음 우리나라에 로푸드가 들어왔을 때 새로운 건강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곧 '소화가 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와서 인기가 식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로푸드는 익히지 않은 날음식이어서 먹으면 몸이 차가워질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로푸드에는 효소가 살아 있어 오히려 장을 활발하게 만들어 열을 올린다. 음식 자체에 효소가 있어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쓰고 그만큼 피로를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푸드를 접하면서 변화를 느끼고 있는 회원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온 김은정 씨는 "둘째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채식 위주로 식사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셋째 아이를 가진 뒤 걱정이 돼 알아보던 중 로푸드를 알게 됐다. 로푸드 식사를 한 이후 둘째 아이 아토피도 낫고 셋째 아이도 별 탈 없이 잘 지낸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로마힐링 허브쿡 /경원로55번길 2(내동 1121-4) 시티빌빌딩 703호. 070-7788-0250, 010-9288-0250
 
김해뉴스 /하지원·김나혜(인제대학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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