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로 잡으려 한다
(신정일 지음/루이앤휴잇/368쪽/1만 6천900원)

"이 어지러운 세상,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으랴.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 모순, 불평등을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라." 새 시대를 설계하며 조선 건국을 주도했던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 개혁주의로 이상 정치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의 사표 조광조, 대동사상을 꿈꾸었던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조선의 아웃사이더 허균, 조선의 자주와 근대화를 꿈꿨던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등.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이 실패할 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안타깝고 슬픈 삶을 소개한다. 한 시대가 부패하고 불의할수록 개혁과 변혁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 중에는 100년, 아니 1천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도 있었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제 몸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소개한 이 책을 읽다보면 조선과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도 알게 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과연 역사는 진일보하는가?'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호원숙 지음/달/272쪽/1만 3천800원)

'어머니를 따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집중력이었는데 감히 다가가기 어려운 경이로울 경지였다. 초기에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살아 있는 날의 시작>을 신문에 연재할 때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과 끈질김이었다. 나는 글 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고 박완서 작가 타계 4주기를 기념하여 그의 맏딸 호원숙이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기억하는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박 작가에게 맏딸 호원숙은 더없이 살뜰한 식구이자, 다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조력자이자, 냉철한 비평가였다. 어머니가 떠난 후에도 절판되거나 판권이 만료된 어머니의 책을 개정판으로 새롭게 엮어 펴내거나 새로운 글들을 발굴해 책으로 묶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이번에 펴낸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박 작가가 타계하기 전 어머니와 딸의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은 '그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의 일들은 '그 후'에 펼쳐진다. 이제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 성장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고요한 자유'에 담겼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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