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경남, 부산, 경북, 대구, 울산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이들 영남권 5개 시·도는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열린 영남권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를 정부에 일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김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해뉴스>는 5년 전에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밀양신공항의 김해 피해론'을 제기한 최철국 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김해을)을 인터뷰했다. 그는 2010년 6월 21일 제291회 국회 임시회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와 그해 9월 27일 경남 국회의원 정책간담회에서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면 김해에 엄청난 환경, 소음, 분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철국 전 국회의원

환경파괴·소음피해 불보듯 해도
정당·개인 이해관계로 정치인 함구
정부도 알면서 입지평가 밀양 포함

송전탑 타산지석
예상 피해 알리고
부적합성 공감해야


-3년전 밀양신공항이 김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큰 반향이 일었습니다. 발언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사실은 3년 전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국민항기가 김해 신어산 자락에 위치한 돛대산에 추락했습니다. 그 때 사고로 166명의 사상자가 났고, 아직도 그 유가족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돛대산 옆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추락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김해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고, 항공소음의 원인인 공항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9년부터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영남권 5개 시도가 경쟁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밀양공항의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밀양에 공항이 개발되면 신어산, 석용산, 나전리 뒷산, 안곡리 뒷산 등 김해지역 20여 개 산봉우리를 절취해야 하고, 김해지역 상공이 주 비행경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속 정당의 입장과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신공항이 밀양에 입지할 경우에 김해에 미치는 문제점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는데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합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떨쳐버리고 김해의 발전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결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시 대구·경북은 물론 경남지역 언론들도 "지역 민심을 팔아먹는다"며 최 전 의원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때 혼자 싸우는 게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2009, 2010년은 정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기자회견 등으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나름대로 판단을 했습니다. 만약 밀양으로 신공항 입지가 결정되면, 김해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시민들을 대변하는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질문하거나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부산의 신공항 논리를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일부 언론에서 동생을 지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치부할 때 힘들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김해 시민들은 '밀양신공항'이 김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악영향이 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십시오.

▶2011년 3월에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부의 공식적인 보고서에 나타난 것을 토대로 하면, 김해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합니다. 밀양 하남지역에 신공항이 입지할 경우 총 27개 산봉우리를 절취해야 하는데, 그 중에 20개가 김해의 산입니다. 신어산, 석용산 등을 각각 105m, 182m 절취해야 합니다. 잘라져 나가는 면적만 244만 8천㎡에 달합니다. 이 지역에는 나무도 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밀양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잘려나갈 산봉우리 상상도.

-밀양신공항이 생기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의 봉화산도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김해의 20개 봉우리 중에 봉화산과 인접지역의 봉우리 7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화마을 뒷산이 모두 잘려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이 지역의 절취 면적만 66만㎡입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2011년에 정부가 입지평가를 할 때 이 사실을 알고도 밀양을 입지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김해에서는 밀양신공항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신공항 개발이 사전 타당성 조사 단계에 있기에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의 경우, 송전선로 계획 초기에 관련 정치인들과 밀양 시민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뒤늦게 공사단계에 시민들이 나서니까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밀양 송전탑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해의 절반이 항공 소음권에 노출되고, 20개에 달하는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입지가 결정된 상태에서 바로잡기는 어렵습니다. 그때 가서 그러기에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해에서는 밀양신공항 조성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김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주십시오.

▶우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림면, 한림면과 신어산 주변의 시가지 지역을 중심으로 2011년 3월에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보고서의 피해 예상 정도를 시민들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민단체나 언론이 중심이 돼 토론회 등을 적극 개최하여 밀양신공항의 부적합성을 계속 홍보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될 정부의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때 김해 시민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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