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슬작은도서관은 동상동의 중심입니다." 유재권 아파트 관리소장, 노갑식 도서관장. 박자영 사서(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나래 skfoqkr
입주민들 모금운동 펼쳐 2008년 개관
공간 활용도 향상 위해 레일 서가 설치
아이 못지 않게 어른들 위한 책도 많아
아기와 엄마 함께 책읽는 온돌방 훈훈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든다.'
 
캐슬작은도서관에 들어서니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의 말이 보인다. 정치가이며 인쇄업자였던 프랭클린은 미국 최초로 공공도서관을 설립해 도서관의 중요성을 주장했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캐슬작은도서관은 동상동 롯데캐슬아파트 1단지 관리동 2층에 있다. 2008년 10월 1일 개관했다. 유재권 관리소장은 "2008년 당시 김해 각 지역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작은도서관 개관 움직임이 활발했다. 동상동주민센터에서 동상동에도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권유했다. 여기에 입주자대표회가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입주민들이 모금운동까지 하면서 마음을 모아 개관한 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이 1인당 1계좌 1만원 모금운동을 하고, 재활용품 판매로 모은 아파트 잡수입금을 보탠 뒤 시의 후원을 받았다. 지금도 아파트 잡수입금 중에서 매월 도서관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주말에 도서관을 지키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인건비가 지원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30만 원이었다가 올해부터는 36만 원으로 인상됐다.
 
그렇게 입주민들의 마음이 모이다 보니 도서관에 대한 각종 제안도 쏟아졌다. 도서관의 공간 활용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장서도 늘어날 것이다. 그때마다 서가를 늘릴 수는 없으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바닥의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모빌랙 방식의 서가였다. 도서관의 두 벽면에 설치한 서가를 모두 모빌랙으로 만들었다. 서가를 옆으로 밀면 뒤에 또 한 줄의 서가가 있다. 손으로 살짝 밀어보니 스르르 밀려 어린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도서관의 책상은 견고한데다 짝을 이뤄 붙였다가 뗄 수 있는 구조이다. 도서관 내부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도서관 책상을 다른 형태로 배열하는 것이 가능하다.
 
캐슬도서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린이·청소년 못지 않게 성인들을 위한 책이 많다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들만큼이나 성인들도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동상동의 지역거점 도서관이다. 칠암도서관이나 화정글샘도서관이 가깝지 않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도 이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캐슬도서관의 노갑식 관장은 입주자대표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노 관장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렸을 적부터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 도서관이 있는 우리 아파트는 명당"이라면서 "도서관 뒤편 산자락에 사충단이 있다. 임진왜란 때 김해성을 지키다 순절하신 네 분의 충신을 모신 곳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며 자라는 아이들 중에서 언젠가는 큰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곳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 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찾아와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공간, 책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박자영 사서는 2011년부터 근무했다. 그는 "오전에는 주부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학교가 끝나는 오후가 되면 어린이들이 온다. 중·고등학생들은 학원에 가는 시간을 틈타 30분씩이라도 책을 읽고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도서관이어서 주민 밀착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함께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한쪽에는 온돌방이 있다. 젊은 엄마가 아기를 옆에 누워놓고 천천히 책을 읽는 곳이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친구와 함께 사이좋게 그림책을 읽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많을 때는 조금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 옆에서 책을 읽는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책에 열중한다. 어른들이 조용하니 어린이들도 이야기가 끝나면 조용해진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있는 관리동 바로 옆의 108동에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도서관이 특히 친근하다고 한다. 어떤 어린이들은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이 생각나면 즉시 달려와 책을 빌려 간다. 도서관이 문을 닫기 직전 잠옷을 입은 채 오는 어린이도 간혹 있다. 도서관이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다.
 
박 사서는 벽면의 벽지를 한 번 보라고 말했다. 서가가 없는 창가 쪽 벽면은 푸른 풀잎 벽지로 마감돼 있었다. 그 벽지를 보니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캐슬도서관은 별다른 실내장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단아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성인들까지 아우르는 주민 전체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설명에 걸맞는 분위기이다. 어린이들만 다니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용하는 도서관. 캐슬도서관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곳이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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