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와 효율은 어원은 같으나 정확한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비교적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가끔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효과는 '결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나타내고, 효율은 '과정'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뜻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어떤 의사가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약제를 투여할 때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100원짜리 혈압약과 최근 개발된 1천 원짜리 혈압약 두 가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환자에게는 100원짜리를, 다른 환자에게는 1천 원짜리를 투여한 결과 두 환자 모두에게서 만족할 만한 혈압 조절을 이뤄냈다고 하자. 두 환자의 혈압 조절에는 두 종류의 혈압약이 모두 효과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혈압이 모두 조절이 잘 되는 결과라면 1천 원짜리 혈압약을 사용한 환자보다는 100원짜리를 사용한 환자의 경우가 훨씬 효율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동일한 결과를 나타낼 때 저비용으로 같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경우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가끔 경험하는 일 중에 하나로 환자나 보호자들이 비싸고 좋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과연 비싸고 최근에 나온 약이 좋은 약일까' 하는 고민을 한다. 최신 의학은 공학(Technology)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요즘에는 환자 개개인의 신체특징을 고려한 맞춤의학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발전을 거듭해 개인의 유전자 전체 분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유전자 분석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암, 당뇨, 희귀 유전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발병원인이 되는 유전정보를 찾아낸다. 질병과 유전자 관계 정보가 축적돼 개인 유전적 특징을 고려해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효과를 높이는 맞춤의학이 부각됐다. 맞춤의학은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법을 찾거나 적절한 약 처방을 통한 최적화된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특정 질병의 발병 위험, 예후, 재발 가능성 등을 예측하여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볼 때 좋은 약이란 무작정 비싸고 최근에 개발된 약이 아니라 자신의 여러 신체상황과 가장 잘 맞는 약이 좋은 약인 것이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하여 비싸도 좋으니 좋은 약을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선택해 달라고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증세와 복지논쟁으로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정책은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아니 국민들도 이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복지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서유럽이나 북유럽 국가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50~70%를 국가가 사용하고, 그 중 50~70%를 복지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국민총생산의 25%를 국가가 사용하며, 그 중 30%를 복지예산으로 사용 중이다. 같은 국민소득으로 계산해도 유럽의 복지예산이 3~4배 더 많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현재 복지정책은 저예산, 저 복지 상태인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늘려야 하고, 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증세 없이는 복지예산의 증가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증세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한 뒤 동의를 구하고 불필요한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면서 확보된 복지예산을 효과보다는 효율성에 중점을 두어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시기가 지금인 것이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이 1천 원을 들여 복지정책의 효과를 보았다고 우리도 꼭 1천 원을 들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효과보다는 효율에 중점을 둔 복지정책의 개발이 더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해뉴스 홍태용 김해한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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