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임신·출산 탓 철분·비타민 부족
과한 다이어트로 영양 불균형도 원인
50대 이상은 종양·만성염증 가능성도
철분제와 철분 함량 높은 음식 큰 도움

임신과 출산, 생리,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성에게 생기기 쉬운 질환 중 하나가 빈혈이다. 어지럽거나 순간적으로 눈앞이 핑 도는 듯한 느낌 등이 대표적이다. 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초래되는 증상으로, 여러 가지 양상을 보인다. 다만, 특정 부위의 강한 고통 등을 동반하는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통증이 없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또 흔히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빈혈은 그 증상과 원인이 다양하고 여성의 경우 부인과 질환이나 각종 질병과 관련돼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 빈혈 진단과 주요 증상
빈혈이란 혈액 내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숫자 또는 적혈구 내부에 산소가 부착하는 장소인 혈색소의 양이 줄어들거나, 혈액에서 적혈구가 차지하는 부피가 정상보다 감소한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량이 성인 남자의 경우 13㎎/㎗ 이하, 성인 여자는 12㎎/㎗ 이하, 임산부의 경우 11㎎/㎗ 이하이면 빈혈로 진단한다.
 
빈혈은 피로, 무력감, 무기력, 호흡곤란,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백짓장 같이 피부가 하얗게 보일 때도 외관상으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또 얼굴이 노랗고 부어 있는 경우에도 빈혈이 발견될 수 있다. 빈혈이 있으면 혈액 내 알부민도 같이 줄어들어 부종이 생기기 때문이다.

빈혈 여부를 쉽게 알기 위한 테스트도 있다. 손톱을 눌렀다 뗀 후 바로 붉게 회복되지 않고 한참 동안 하얗게 유지되면 빈혈일 가능성이 크다. 또 눈 흰자위에 혈관이 없어 너무 하얗게 보이는 경우도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 외에 빠르거나 불규칙적인 삼장박동, 신체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동반되는 쇠약감, 빈맥으로 인한 가슴통증, 투통과 어지럼으로 인한 인지능력 장애, 팔다리가 저리거나 차갑게 변하는 현상 등이 주요 증상이다.
 
조은금강병원 내과 류동엽 과장은 "어지러우니 빈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자주 접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어지럼증과 빈혈을 혼동한다. 어지럼증은 증상이고, 빈혈은 진단이다. 어지럼증은 빈혈의 증상이 분명하지만,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빈혈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빈혈 이외에도 귀 질환, 뇌혈관 질환, 부정맥, 저혈압 등이 있을 때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갑상선기능저하증, 심부전, 만성콩팥병 같은 질환도 빈혈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여성 연령대별 빈혈의 주요 원인
빈혈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적혈구를 만드는 철분이나 비타민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철 결핍성 빈혈과 비타민 B12 결핍성 빈혈, 골수에서 적혈구 생성이 줄어드는 재생 불량성 빈혈, 생성된 적혈구가 파괴되어 생기는 용혈성 빈혈로 구분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철분 부족으로 인한 철 결핍성 빈혈이 가장 흔하지만 연령에 따라 빈혈의 원인은 조금씩 다르다. 10대 초반은 신체가 급성장하는 시기여서 철분 요구량이 높다. 따라서 철 결핍성 빈혈이 흔하다. 10대 중반부터는 매달 겪어야 하는 생리로 인해 혈액 소실이 많아 빈혈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특히 10~20대 여성 중에는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불균형으로 빈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40대 여성은 임신, 수유,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 치핵(치질), 자궁근종 등이 빈혈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생리 양이 가장 많은 날의 하루 패드 사용 개수가 5개인데, 이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생리기간도 길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여성은 보통 50세 전후로 폐경이 되므로 50대 이상에서는 생리로 인한 빈혈은 드물다. 이 시기에는 위암, 대장암 같은 악성 종양 또는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빈혈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 치료와 예방법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원인 자체를 교정하거나 동반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증상, 병력, 신체검사, 기본적인 일반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심되는 질환을 밝히기 위해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초음파검사 같은 추가검사가 필요하다. 아주 드물지만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백혈병 같이 골수에 발생하는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골수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원인을 찾았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흔한 종류인 철 결핍성 빈혈은 원인 교정과 함께 철분제 투여로 치료할 수 있다. 철분제 복용 후 며칠 내에 피로감이나 나른함 같은 증상이 호전되고 2개월 정도 지나면 혈색소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철분제는 최소 6개월가량 복용해야 한다.
 
철분제는 식후보다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C나 오렌지주스 등을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된다. 반면, 홍차나 녹차 또는 제산제 등은 타닌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 철분제는 간혹 변비나 복부 팽만감을 일으켜 지속적으로 먹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땐 의사와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 빈혈에 좋은 음식
녹황색 야채, 과일, 해조류, 계란, 생선, 우유, 콩, 육류 등에 빈혈을 예방하는 성분인 철분, 비타민, 엽산이 많이 포함돼 있다. 시금치는 철분이 풍부하고, 적혈구에 필요한 엽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살짝 데치면 영양소 파괴가 적으므로 적절하게 조리해 섭취하면 된다. 김이나 미역, 다시마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다.
 
육류는 그 안에 존재하는 철분이 야채와 다른 음식물에 포함된 철분보다 더 쉽게 흡수되므로 빈혈에 굉장히 유용한 음식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이 붉은색을 띠는 육류에 철분이 많이 들어있다. 육류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겐 달걀 노른자가 단백질과 철분의 좋은 공급원이다.
 
들깨나 깻잎은 철분의 보고이다. 같은 양으로 비교했을 때 시금치의 배인 100g당 2.5㎎의 철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하루 30g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조개 등 어패류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흡수율이 50% 이상으로 높다. 강낭콩이나 대두, 콩으로 만든 두부와 된장에도 철분이 풍부하다.






도움말=조은금강병원 류동엽 내과 과장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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