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의를 볼 때마다 교사들도 자극을 받아요.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고 더욱 열심히 가르치는 것, 그것이 교사의 존재 이유이고 역할이죠."
 
김해야학자원봉사회의 교무를 맡고 있는 정우성(52) 교사는 김해야학에 갈 때마다 설렌다고 한다. 1주일에 한 번씩 매번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 그때마다 힘을 받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시장방송(와글와글)도 진행한 적이 있는 특이한 경력의 인물이다.  
 

▲ 김해야학자원봉사회 초등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며 밝게 웃고있다.
교사·학원·회사원 등 26명으로 구성
매주 4일 오전·오후 나눠 수업 진행
생업·야학 힘든 업무 열정으로 버텨
"뜨거운 수업 열기 겨울도 따뜻해"

정 교사가 봉사를 하는 김해야학은 1999년 만들어져 올해로 16년이 됐다. 교육 이념은 '용기, 신념, 개척'이다. 김해야학은 전·현직 학교 교사, 학원 강사, 회사원 등 자원봉사자들의 교육봉사로 운영된다. 학교를 움직여나가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 바로 '김해야학자원봉사회'다. 이 모임은 초·중·고등부 교사 26명으로 구성돼 있다. 야학교사가 되기 위한 신청자만 7~8명일 정도라고 한다. 정 교사는 "학교 교사, 학원 강사는 물론 저처럼 회사원도 있어 직업은 다양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은 모두들 한결 같다. 다들 나름대로 가르치는 요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야학의 수업은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나눠 진행된다. 초등부 수업은 오전 9시 30분~낮 12시 20분에, 중·고등부 수업은 오후 7시~9시 50분에 진행된다. 수업 요일은 월·화·목·금요일이다. 수요일과 토·일요일은 휴일이다.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가끔 특강을 열기도 한다. 검정고시는 매년 4, 8월에 열린다.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나이 제한도 없다. 정 교사는 "연필이랑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갖고 오면 된다"며 웃는다.
 
김해야학 교사들은 모두 생업이 있는 만큼 시간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다들 삶의 현장에서 활동하느라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 하나로 매주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정 교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꾸준한 힘을 주는 건 학생들이라고 한다. 제때 못 배웠던 공부를 뒤늦게나마 하려는 학생들의 노력과 의지가 교사들을 채찍질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늘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한다. 정 교사는 "수업시간에 보면 학생들의 눈빛이 뜨겁다. 교사들도 그 뜨거움에 감염돼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그 열기 때문에 요즘 같은 겨울에도 교실 안은 훈훈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워낙 열심히 공부를 하다보니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4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4개월 만인 8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가끔 나온다고 한다. 최근에는 허윤기(58) 씨와 이춘애(62) 씨가 그랬다. 정 교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때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면 서울대학교에 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정 교사는 김해야학을 운영하면서 재정 등에서 힘든 부분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해야학의 예산은 1년에 1천만 원 정도이다. 김해시에서 주는 지원금 650만 원에 교사들이 매년 6만 원씩 내는 후원금 등이 보태진 금액이다. 정 교사는 "시의 지원금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후원금이 활성화된다면 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해야학에서 수업을 듣겠다고 신청하는 지원자들은 갈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김해야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목표와 꿈이 있을 때가 좋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할 때, 고난과 시련이 있고 장애물이 있어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을 때, 그때가 행복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 교사는 "더 많은 늦깎이 학생들이 '지금 와서 배울 수 있을까'라며 주저하는 마음의 문턱을 넘어 용기를 내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김근혜 기자 kg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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