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타이베이(이주원 지음/북노마드/264쪽/1만 3천 원)

동남아시아 특유의 열기와 활기를 듬뿍 담고 있으면서도, 일본식의 깔끔함과 예의 바름, 중국식의 수더분함과 호방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타이베이.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는 관광 명소와 먹거리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명소보다 더 재미있는 '틈'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나이 많은 가로수와 편집 매장들이 어우러진 가로수길, 요리와 차(茶)에 대한 서적만 다루는 책방, 골목골목 숨겨진 작은 밥집과 찻집, 시장 등 타이베이 사람들의 일상 같은 것 말이다. 전작 <제주느낌>에서 손글씨로 제주 여행을 기록했던 그래픽 디자이너 이주원 씨가 이번에는 타이베이의 매력을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타이베이 5개의 지하철 노선을 따라, 17개의 정거장에 머물며, 천천히 걸어본 69개의 특별한 산보를 담았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떠나는, 새로운 타이베이 골목 산보 69'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 소개된 장소들은 지하철 노선과 정거장별로 분류되고 소개되어 있어, 독자들이 책의 구성을 이해하기도 쉽고 장소를 선택하기에도 좋다.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따라 떠나는 여행은, 시민들의 생생한 일상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간송미술 36(백인산 지음/컬처그라퍼/308쪽/2만 원)

간송 미술관 백인산 연구실장이 1천여 점이 넘는 간송미술관 수집 작품들 중 조선시대의 문화, 예술,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이야기하는 옛 그림 36점을 골라 소개하는 책. 간송 미술관에서 24년이라는 세월 동안 미술 연구에 매진한 저자의 탁월한 안목과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림 설명으로 진정한 옛 그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평온한 봄날 촌가의 마당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동을 그린 '야묘도추'라는 그림이 있다. 조선후기 화원 집안 출신인 김득신의 작품이다. 풍속화에서 일가를 이룬 김득신은 김홍도, 신윤복과 더불어 '삼대 풍속화가'로 지칭된다. '야묘도추'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병아리를 낚아 채 달아나자 암탉은 비명을 지르고, 이 소리에 놀란 주인장은 몸을 날려 장죽대로 고양이를 후려치다가 고꾸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방에서 맨발로 뛰쳐나온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라 황망해 할 뿐이다. 마치 영상으로 찍은 한 편의 이야기 같은 이 그림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심오한 사상이나 어려운 해석을 찾지 않아도 그림 속 인물들의 감정이 내 이웃의 일처럼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 옛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은 이처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데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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