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제주도에서 발견된 'J0092'
계보상 혈육으로 드러나 비상한 관심
고모와 조카 황새 화포천 상봉에 촉각


지난해에 일본에서 방사된 황새 '봉순이'가 현해탄을 건너 김해 화포천에 정착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에는 봉순이의 조카인 황새 한 마리가 다시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황새가 화포천으로 날아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어 일본의 황새 고모와 조카가 김해에서 조우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일본에서 제주도로 건너간 황새 '제동이'. 지난해 김해로 날아온 '봉순이'의 조카 황새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효고 현 도요오카 시 담당 마쓰다 사토시 기자와 김해에서 활동 중인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제주도 해변에서 지역 주민들이 황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황새 'J0092'라는 일련번호가 새겨진 가락지를 다리에 부착하고 있었다. 이 황새는 도요오카 시에서 태어난 어린 수컷으로 지난해 12월 12~14일 나가사키 현 사세보 시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그곳에서 800㎞를 날아 제주도로 간 것으로 보인다. 도연스님은 'J0092'에 '제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쓰다 기자는 제동이의 'J0092'라는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에 김해 화포천에서 발견된 봉순이의 조카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봉순이의 일련번호는 'J0051'이다. 마쓰다 기자가 설명한 봉순이와 제동이의 관계는 이렇다.

도요오카 시는 멸종 위기에 몰린 야생황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수컷 황새 한 마리와 암컷 황새 한 마리를 만들어냈다. 둘은 짝짓기를 통해 'J0051'(봉순이)과 'J0011' 등 여러 마리의 오빠 황새들을 낳았다. 봉순이는 지난해 3월 혼자 바다를 건너 김해에 안착했고 '봉순이'라는 새 이름까지 얻었다. 봉순이는 일본 규슈지역과 대마도를 거친 뒤 김해로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방사된 황새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국에서 발견된 것은 봉순이가 처음이었다. 봉순이는 지금은 김해, 경남 하동과 충남 서산 등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제동이.
봉순이가 떠난 뒤 오빠 'J0011'은 다른 암컷 'J0399'와 짝짓기를 통해 제동이를 낳았다. 마쓰다 기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야생 황새가 거의 사라졌던 1971년 효고 현의 북쪽에 있는 후쿠이 현에서 부리가 잘린 암컷 황새가 발견됐다. 이 황새는 중국 출신의 수컷 황새와 짝짓기를 했는데, 제동이의 엄마이자 봉순이의 올케인 'J0399'는 이들의 손녀 중 하나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논이 없는 제주에서 제동이가 앞으로 먹이 활동을 하기가 힘들어지면 바다를 건너 화포천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의 곽승국 관장은 "화포천 인근 농경지는 친환경농법을 하고 있어 여름에 황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기 좋은 곳이다. 제동이가 여름이 되면 화포천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황새를 방생하는 숫자가 늘면서 한국을 찾아오는 황새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들은 강을 따라 이동한다. 일본에서 황새가 온다면 낙동강 하구를 걸쳐 김해 화포천으로 더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연 스님은 "제2의 봉순이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농법의 범위를 확대해 황새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서식지가 더욱 넓어지도록 만들고, 화포천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황새는 세계적으로 3천 마리도 채 되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일본에서는 1971년에 이미 지역적으로 멸종했다. 일본은 40여 년 동안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복원을 한 뒤 자연에 방사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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