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의회 하선영(오른쪽) 의원이 고향 후배인 외식명가의 양점호 사장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으며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제조업 하던 CEO와 직원들 의기투합
대형 실내공간과 깔끔한 장식으로 시작
한우·수입육·돼지갈비 동시에 판매
얼음백김치 등 밑반찬도 주메뉴 못잖아

경남도의회의 하선영(51·새누리당) 의원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이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해 고기를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군가와의 약속 때문에 고기 집에 갈 때는 반드시 향하는 곳이 있다. 삼계동에 있는 '외식명가'다.
 
기자가 덩치가 큰 편이어서 고기를 좋아한다고 봤던지 하 의원은 점심을 외식명가에서 하자고 했다. 평소 하 의원에게서 받았던 느낌대로라면 메뉴가 된장찌개나 갈비탕이겠거니 했는데, 다소 의외였다. 외식명가를 찾는 이유를 물었더니 하 의원은 "고기의 품질이 좋고 실내장식을 비롯한 식당의 분위기가 김해에서는 보기 드물게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여기에다 식당 사장 양점호(48) 씨가 자신의 고향인 함양 출신이란 점도 한몫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함양 출신으로 진주 삼현여자중학교와 삼현여자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은 경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양 사장은 하 의원의 4년 후배이다.
 
하 의원이 미리 예약을 해 둔 덕분에 밑반찬이 차려져 있었다. 명이나물 절임, 얼음 백김치, 배추 겉절이 등이 눈에 들어왔다. 상차림이 복잡하지 않고 깔끔한 게 인상적이었다.
 
하 의원은 갈비살 모둠을 주문했다. 고향 선배를 위해 자리에 합석한 양 사장이 직접 고기를 구웠다. 불판 바로 위에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ㄱ'자 모양의 후드가 달려 있어서 매캐한 연기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양 사장은 원래 장유 무계동에서 제조업을 했다. 그러다 사업을 정리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그때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의 먹고 살 일을 걱정하다 고기 집을 차려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2012년 7월 생각지도 않았던 외식명가를 열게 됐다.
 
외식명가의 특장점은 VIPS나 아웃백 같은 페밀리레스토랑 분위기가 나는 널찍한 매장과 깔끔한 실내장식이다. 너무 크게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영업은 처음부터 호조를 띠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1만 9천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수입육과 한우를 동시에 팔고 있다. 저렴한 소고기를 원하는 손님에게는 1인분에 200g씩 수입육을 제공하고, 고급 소고기를 찾는 손님에게는 한우 1++를 내놓는다. 손님들 중에는 굳이 돼지고기를 찾는 경우도 있어서 돼지갈비도 판매하고 있다.
 

▲ 하얀 접시에 가지런하게 정돈된 한우갈비살모듬
양 사장이 정성껏 구워준 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처음에는 고기만 먹었다. 고소한 기운이 입안을 맴돌았다. 평소에도 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기 맛에 대해 "괜찮다, 아니다" 정도의 품평은 할 수 있는 터인데, 외식명가의 고기는 상당히 수준급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백김치, 명이나물 절임, 깻잎과 함께 고기를 들었다. 같이 먹는 야채에 따라 고기 맛이 다 다르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깻잎이 가장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의원은 대학을 나온 뒤 진해 출신인 어수웅(53) 씨와 결혼했다. 이후 창원에서 살다 우연히 경남여성회의 주부글쓰기 교실에 다니게 됐다. 그는 거기에서 여성운동을 하던 장정임 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을 만났다. 그는 "장 관장에게서 글쓰기를 배우다 여성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장 관장은 나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분"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장 전 관장을 따라 김해로 와서 김해여성복지회관 이사를 맡았다. 그리고 방과후학교, 실버대학교, 이주여성학교 한글교실 등에서 활동했다. 허황옥실버축제 일을 맡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6년에 김해여성복지회관의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로 김해시의회 의원이 됐다. 그는 "봉사활동은 너무 재미있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선거 공탁금 200만 원을 내놓으라기에 '그러면 시의원 안 한다'고 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 불에 휩싸여 지글지글 익고 있는 떡갈비.
고기를 다 먹고 나니 된장찌개와 밥이 나왔다. 여느 고기 집에서나 다 나오는 된장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하 의원이 "된장찌개 맛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서 먹어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된장찌개 맛이 남달랐다. 구수한 듯 담백했고, 단 듯 하면서도 깔끔했다. 청국장 맛도 느껴진다고 했더니, 양 사장은 "청국장을 약간 넣는다"고 말했다. 된장찌개는 양 사장의 어머니가 만든 된장으로 끓인다고 했다.
 
후딱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하 의원이 외식명가의 커피를 추천했다.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하 의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종업원이 커피 석 잔을 가져왔다. 인스턴트가 아니라, 커피 머신으로 뽑은 것이라고 했다. 커피는 진하거나 싱겁거나 하지 않았고, 고소한 게 입맛에 딱 맞았다.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역시 한 잔의 커피가 제격이었다.
 
하 의원은 김해시의원 시절, '싸움닭'처럼 일했다. 오죽했으면 김맹곤 김해시장이 하 의원을 두고 "시의원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난(?)까지 했을까. 하 의원은 "김해시가 하는 일 중에 잘못된 게 있으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도 안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더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까칠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됐다"면서 "김해는 만들어져 가는 도시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많고 바꿔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경남도의회에 가서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의원, 한 번 발견한 문제점은 시정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원이라는 평가가 경남도에서도 서서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문화와 대중교통에 관심이 많다. 장유는 이 두 분야에서 낙후한 지역이다. 대중교통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외식명가
삼계동 1151-3. 055-326-0006. 생갈비살(미국산 180g) 1만 7천원, 양념갈비살(호주·미국산·200g) 1만 5천 원, 한우갈비살모듬(100g) 2만 1천 원, 돼지양념갈비(국내산·250g) 1만 3천 원, 한우등심불고기(100g) 1만 2천 원, 한우등심(100g) 1만 9천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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