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정말 살기 어려웠던 지역이 지금은 많이 발전했어요. 우리가 할 일도 많이 줄어들었죠. 지금까지 우리가 가꾸고 지켜온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 역사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동심회(동네를 사랑하는 모임)'는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은 김해지역 원로 봉사단체다. 동심회는 1990년 상수도시설·학교·교통·시장 등 생활관련 시설이 부족했던 삼방동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만들었다. 이 단체는 처음에는 김해시에 시설물 설치·보완 등을 앞장서 요청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최낙용 부회장은 "삼방동 주민들은 20년 전에는 상수도 시설이 모자라 산에서 내려오는 산물이나 지하수를 먹었다. 그때 시에 상수도 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또 신어산에 공중화장실이 없어 여기저기 오물이 넘쳐날 때 화장실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삼방동 개발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1992년 동심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은 동심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방동 발전 위해 주민 뜻 모아 창립
1992년 이름 바꾸며 본격 봉사 활동
자연보호·불우이웃돕기 등 행사 다양
신어산 철쭉 심기로 꽃동산 만들어

동심회는 지금은 지역을 가꾸기 위해 청소와 자연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연말에는 불우 이웃 돕기 활동에도 나선다.
 
회원들은 직접 집게를 들고 신어산 계곡과 거리를 다니며 쓰레기들을 줍는다. 20년 전부터 매년 여름이면 지역의 중·고등학생 500~700명과 함께 신어산 자연정화 활동에도 참여한다. 박상인 총무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정하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신어산 자연정화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접 아름다운 산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신어산 이야기가 나오자 김정수 고문을 비롯한 동심회 회원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김 고문은 "신어산의 유명한 철쭉은 사실 동심회의 활동에서 시작됐다"며 뿌듯해했다. 과거 신어산은 나무가 많이 없는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당시 동심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 고문은 지리산에서 바래봉의 철쭉을 보고 '신어산에도 철쭉을 심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동심회 회원들은 이를 시에 건의했다.
 
1997년부터 동심회 회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나서 철쭉 묘목을 들고 신어산에 올랐다. 모두 힘을 합쳐 철쭉을 심으면 몇 년 뒤에는 반 정도가 고사하기 일쑤였다. 그 자리에 다시 철쭉을 심고, 다시 고사하고, 다시 심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지금의 아름다운 신어산 철쭉이 완성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철쭉 묘목에 물을 주기 위해 산 속에서 물을 직접 옮기기도 했다. 나중에는 소방헬기를 동원돼 물을 뿌렸다고 한다. 이제 신어산을 진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 군락은 김해의 봄을 대표하는 경치가 됐다.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산과 계곡, 동네를 누비던 회원들은 이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올라올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그래도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동심회 회원은 초창기 20여 명에서 42명으로 늘어났다. 회원들의 나이도 40~60대로 다양해졌다. 4년 전부터는 삼방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김해 전체로 회원 자격을 확대해 지역을 사랑하는 남성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봉사단체가 됐다.
 
동심회는 연말에는 불우한 이웃이나 학생들에게 쌀이나 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현금을 전달했지만 이웃에게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식품으로 바꿨다. 또 공개적으로 후원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주민센터에 기탁하는 형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동심회 회원들은 "기부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지역 사랑, 이웃 사랑 봉사는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또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인줄 알았다. 봉사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을 이해한다. 앞으로도 기쁨이 넘치는 봉사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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