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에는 대학을 가리켜 '우골탑'이라고 했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이다. 대학을 일러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를 말하는 의미의 '상아탑'이라고 부르는 것을 빗대어서 '우골탑'이라고 비꼰 것이다. 논 팔고 소 팔아 자식을 공부시키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 있는 말이다.
 
요즘은 그때보다 더 힘들다. 논 팔고 소를 팔아도 대학 보내기가 어렵겠다. 지난 4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국공립대의 평균등록금은 동결에 가깝지만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률이 2.29%로 지난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평균등록금이 800만원 이상인 대학이 50곳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의학계열은 1천2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등록금에 책값에, 타지의 학교로 진학했을 경우 생활비까지 합하면 졸업하기까지 엄청난 돈이 든다. 이렇게 공부하고 나서도 제대로 취직이 안 된다. 그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펴낸 '미친 등록금의 나라'이다.
 
1993년 문을 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지금까지 교육여건, 교육재정, 교육정책 등 다방면에서 대학교육의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왔다. 특히 등록금 등 대학재정 분야를 15년 넘게 연구하고 있으며 그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는 원인과 과정, 그 사이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액수는 미국 다음으로 비싼 세계 2위 수준이다. 우리가 미국 다음으로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등록금이 비싼 것일까. 책에서는 대한민국 대학 등록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싸다고 설명한다. "2010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명목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대학들이 무상교육을 실시할 당시 소득인 5천∼1만 달러보다 배 내지 4배 이상이다. 물가 변동분을 감안해 분석한 실질국민소득으로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전후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던 유럽 국가들의 당시 소득에 도달해 있다. (중략) 세계 다수의 국가들은 대학교육을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차원에서 바라보는데, 우리는 철저히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은 대한민국 대학등록금의 현실을 조명하고자 한다. 매년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 대학의 입장도 들어보고, 대학등록금에 비해 수준 이하인 교육여건도 비판한다.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학자금 대출' 제도를 분석하여 결국 학생 본인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함정이라는 것도 밝혀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이 책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 블로그 '홍 씨의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에는 "대학생이던 시절 그렇게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막상 졸업을 한 후에는 '불쌍한 대학생들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돌아봅니다. 대학등록금이 대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한 번씩 꼭 읽어보기를 권해 봅니다. 매년 거리로 나가는 대학생들 대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야 말로 진짜 공부할 때라고 생각하며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투쟁과 학비 벌기에 내몰리는 상황을 아파한다.
 
부모님께 미안해서 직접 학비를 벌어보려는 학생들은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더 보내면서 "내가 학생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등록금 생각하면 대학 보낼 일이 큰 걱정이라는 학부모들의 한숨이 산이라도 무너뜨릴 지경이다. 오죽하면 이런 절박한 제목을 단 책이 나왔을까.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개마고원/310p/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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