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3대 사망 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다. 그러나 연령별로 사망 원인을 분석해 보면 9세 이하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은 암, 교통사고, 선천성 기형 순으로 달라진다.

여기서 주목해 볼 대목은 어린이 사망 원인 2위가 교통사고라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 중 유치원이나 학원 차량에 의한 교통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광주의 어린이집에서 4세 남자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이집 버스에서 하차한 이 모 군이 버스 앞에 서 있다 치여 사망한 것이다.

같은달 30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태권도체육관 차량을 타고 가던 6세 여자 어린이가 닫히지 않은 학원 차량의 열린 문 틈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태권도체육관 관장은 다른 원생을 내려준 뒤 문을 닫고 우회전을 하는 순간 다시 차량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원생이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당시 차량에는 태권도 관장 외에 안전요원은 탑승하고 있지 않았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통학차량과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위 '세림이법'을 만들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세림이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9인승 이상 어린이 통학 관련차량은 의무적으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 및 등록을 해야 하며, 운전자 외에 반드시 안전교육을 받은 보호자가 동승해야 한다. 탑승한 어린이들은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하며, 운전자 및 동승자는 2년마다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연이어 어린이집과 학원 차량에 의한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개정 도로교통법이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두 건의 교통사고를 보면 어린이집 인솔교사와 통학차량 운전기사의 한순간 부주의가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으로 지적된다. 비록 세림이법이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법의 시행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리와 교육이라는 사실을 두 사건은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과연 우리 사회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집이나 학원의 통학차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전국의 지방자체단체 중 경기도 수원에서 최초로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시설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린이집 버스를 포함한 학생통학용 차량을 대상으로 차량 후방에 아이들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후방카메라와 어린이들에게 차량의 움직임을 알리는 후진경보음 등 7가지 안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이에 들어가는 비용의 50%, 최대 90만 원까지 수원시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전체 340여 대의 대상 통학차량 중 170여 대가 안전시설을 장착했으며, 수원시는 이미 자비로 안전시설을 장착한 차량에도 소급적용해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수원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통학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잇단 안전사고 때문에 우리 사회의 안전관련 규정이 보완되거나 강화됐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관련사고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실은 모두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책임 때문이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의식 전환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통학차량 사고로 아이를 잃은 한 학부모의 마지막 절규가 새삼 떠오른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차량이 흉기가 되는 나라, 제발 한 명의 아이라도 허무하게 떠나보내지 맙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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