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도청집회·수업거부' 움직임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들은 '점심 단식'
시민단체들도 "집단행동" 등 반발 확산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조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경남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됐다.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 교사, 각종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을 비판했다.

▲ 친환경무상급식 김해운동본부가 김해시청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7일 김해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김해의 초·중·고등학교는 지난달 말 '4월 급식 식단표'와 '4월 급식비 납부고지서'를 각 가정에 발송했다. 이에 따라 학교 계좌 자동이체 시스템 '스쿨뱅킹'을 통해 매월 15일 전후로 수업료 등 과 함께 급식비가 빠져나간다. 김해의 학부모들은 이달부터 하루 한 끼당 초등학교 2천316원, 중학교 2천516원, 고등학교 3천379원을 내야 한다. 학생 한 명이 내야하는 연간 급식비는 약 40만~70만 원 정도다.

무상급식이 중단된 첫날인 지난 1일부터 김해 등 경남 곳곳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의 김해지역 초등학교 교사 10여 명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점심 한 끼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에 참여한 박 모(53·여) 교사는 "무상급식이 중단됐지만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점심 한 끼를 굶는 것으로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항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홍준표 도지사의 밀어붙이기로 시작된 무상급식 중단은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해초등지회 관계자는 "교사들은 앞으로 급식비 체납이 생길 경우 학부모와 상담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급식비를 내지 않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점심 한 끼 단식에 몇 명이나 참여하고 있는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다. 무상급식 중단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단식이 이어질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해 A초등학교의 박 모(37) 교사는 "교사들은 경남도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을 따로 불러 급식비를 내라고 독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사들의 마음이 무겁다. 홍 지사 때문에 김해 등 경남도의 모든 지자체가 무상급식 중단에 동참하는 촌극을 벌이는 구조 자체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중단이 현실화하자 김해지역 학부모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 정 모(38·여) 씨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화가 많이 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경남도청에 가서 집회를 하자',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하지 않으면 학부모가 나서서 수업을 거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 모(40·여) 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왜 경남만 유상급식을 하나. 급식비를 낼 수 없다. 정치 싸움의 희생자가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상급식이 되면서 자녀 2명의 급식비로 매월 8만 원이 나간다. 1년이면 72만 원이다. 이러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원에 그만 보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1인 시위에 참여한 학부모 류 모(44·여) 씨는 "1인 시위를 하자 등교하던 학생들이 '오늘부터 밥값을 내야 한대요'라고 말했다. 씁쓸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촛불집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빠들도 동참해야 한다', '서명운동을 하자'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학부모의 반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해의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해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진 않았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해지역 시민단체들은 무상급식 촉구를 위한 집단 행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어린이책시민연대 김해지회 관계자는 "무상급식 중단은 돈으로 사람을 서열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저급한 인권 침해다. 경남도의 지도자가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에 대해 '종북'이라는 색깔을 입히며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 중단 항의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김해운동본부는 "지난달부터 각 학교와 김해시청에서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1인 시위,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 통과 반대 등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결국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학부모와 시민단체 모두 분노하고 있다. 오는 11일 무상급식 촉구를 위한 걷기대회를 김해에서 벌일 예정이다. 무상급식이 재개될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명규·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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