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바닥극장 관객들이 편한 자세로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를 감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상영
작품은 모인 사람들 의견 모아 결정
자유롭게 대화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

창원지방법원 김해등기소 옆 골목 '재미난사진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에 재미난 영화 행사가 열린다. 이름하여 '방바닥극장'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사진관에서 열리는 극장이라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상영되는 영화는 방바닥극장에 오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한다.
 
지난 9일 오후 10시께 방바닥극장에 잠입(?)했다. 재미난사진관을 운영하는 류하식 씨는 "오늘은 5회째 극장을 여는 날이다. 애니메이션을 볼 생각이라 4편 정도 준비를 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상영작을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자 한 두 명 씩 단골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모두들 군것질거리를 들고 나타났다. 오징어, 비스킷, 치킨, 콜라….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음식도 하나씩 늘어났다. 소풍이라도 온 것 같았다.
 
단골 관객이라는 김서운 씨는 "소풍 오는 기분이 맞다. 저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추천해서 의견이 모이면 그 영화를 본다. 특별히 주제를 잡지는 않는다. 그냥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바닥극장의 좋은 점은 자신이 가장 편한 상태로 앉거나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영화를 보다가 자는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다른 관객 유정명 씨는 "극장에서는 옆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바닥극장에서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궁금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며 "지난 주에는 '영웅본색 2'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라서 궁금한 게 많았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어째서 주인공의 총에서는 끊임없이 총알이 나오는가' '왜 주인공은 총에 맞아도 안 죽는가'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영화 상영 당시의 반응까지 들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류하식 씨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어 방바닥극장을 열었다. 사진관 인테리어를 할 때 벽면을 흰색으로 마감한 덕분에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며 "영화는 내가 준비하지만 관람료는 무료다. 그래서 처음 문을 연 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면 어떻게 하나' 은근히 걱정했다. 그런데 첫 날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아내와 둘이서 보았다"며 미소 지었다. 류 씨의 부인 박선미 씨는 "한 두 명씩 관객이 늘고 있다. 방바닥극장은 이 골목의 문화사랑방 같은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관람객들은 일본 출신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를 선택했다. 영화가 시작됐다. "나, 이거 여섯 살 때 봤어", "나는 중학교 때 봤다"라는 말들이 들려왔다. 누군가는 "소리 크게 해줘요. 바람소리 좀 듣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금방 소리가 커졌다. 방바닥극장의 장점이다. 관객의 요구사항은 즉각 처리됐다. 들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꼬마마녀 키키를 감싸는 바람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문의/010-5335-9454.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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