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하동·천수만서 짝짓기 실패
지난달 23일 일본 도요오카시에서 포착
전문가들 "의사소통 안된 게 귀향 원인"

"나랑 말이 통하는 짝은 어디에 있나요?"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에서 대한해협을 건너 김해로 날아왔던 황새 '봉순이'가 최근 다시 도요오카로 돌아갔다. 김해 화포천은 물론 경남 하동과 충남 서산 천수만 등을 돌아다니며 짝짓기를 시도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패한 게 '귀국'의 이유로 지적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도요오카를 담당하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마쓰다 사토시 기자는 12일 "지난해 3월 김해로 건너갔던 봉순이가 지난달 20일 일본 시마네 현 오키섬에서 발견된 데 이어 23일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도요오카시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봉순이는 부모 황새가 사는 둥지로 돌아갔지만 쫓겨났다. 그 이후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다시 김해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 전문가들은 봉순이가 일본으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짝을 찾거나 서식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새는 일반적으로 생후 2~3년 뒤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어난 지 올해로 3년째인 봉순이도 번식기에 접어들었다.

▲ 지난달 23일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에서 발견된 황새 봉순이. 사진제공=도요오카 시민감시단.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곽승국 관장은 "봉순이는 지난해 겨울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야생황새를 만나 짝짓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의사소통이 안 됐기 때문인 것 같다. 새들은 (같은 종류일지라도)나고 자란 지역이 다를 경우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봉순이는 야생황새와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봉순이는 번식 가능 연령이 됐다. 한반도 곳곳을 누비다 도요오카로 돌아간 것은 짝을 찾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봉순이 관찰에 전념해왔던 조류연구가 도연스님은 "봉순이의 이동경로를 살펴보면 계절에 따라 먹이를 찾기 위해 한반도를 누빈 것으로 파악된다. 이동하면서 자신의 서식지를 물색한 것이다. 봉순이는 번식기를 맞아 짝을 찾으러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관장은 봉순이가 다시 화포천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새를 관찰(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봉순이가 지난달 23일 도요오카에서 발견된 이후 추가 발견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을 한반도로 오고 있거나, 돌아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봉순이가 번식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난해 여름을 났던 화포천에서 무정란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도요오카에서 방생 된 봉순이는 지난해 3월 바다를 건너 김해 화포천습지로 왔다. 지난해 9월 20일까지만 해도 화포천 일대에 서식했던 봉순이는 그해 10~11월 이후 하동과 화포천을 오가며 먹이활동을 했다. 또 서산 천수만 일대 농경지에서 시베리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황새들과 어울리며 겨울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봉순이는 야생황새들을 따라 시베리아로 갈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지난 3월 23일 다시 화포천을 찾았다. 봉순이는 창녕 우포늪과 경기 화성 등을 오가다 지난달 12일 이후 화포천에서 자취를 감췄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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