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교육연대는 지난해부터 안전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의 하나로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해교육연대는 김해양산환경연합, 김해여성의전화, 김해아이쿱생협 등 지역의 12개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만든 조직이다. 김해교육연대는 올해도 지난달 말부터 56개 초등학교의 어린이보호구역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스쿨존 현장 조사는 현재 50% 정도 이뤄진 상태다. 지난 12일 김해 곳곳에서 실시된 어린이보호구역 현장 조사를 동행 취재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 대부분 위치 선정 잘못
하교 시간 교통지도 없고 CCTV도 부족
학부모·학원차량 통제 등 안전확보 시급
지난 12일 구산동 구산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정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차량 제한속도는 30㎞이지만, 자동차들은 학교 앞을 쌩쌩 지나갔다. 한 학생은 차에 신경쓰지 않고 앞만 보고 도로를 뛰어 건넜다. 학교 앞 어디에도 하교를 지도하는 학교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구산동 구지초등학교 정문 앞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구지초의 어린이보호구역은 인근 구산중학교 정문~동원아파트 정문의 약 265m 구간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의 끝지점은 구산중 정문과 동원아파트 정문이다.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잦은 곳이다. 구지초 인근의 횡단보도는 학교 정문에서 약 65m 떨어진 사거리에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시로 학교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파란불 신호는 고작 10초에 그쳤다.
하교 시간이 되자 구지초 정문 앞 도로 양쪽에 학생들을 데리러 온 학원차량들이 들어섰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정차를 할 경우 다른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 교통사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학원차량들은 깜박이를 켠 채 10분 넘게 불법 주·정차를 했다. 이를 제지하거나 학생의 하교를 지도하는 학교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구지초 정문에서 구산동 동원아파트로 이어지는 길목 횡단보도에서 한 어르신이 그나마 교통지도를 하고 있었다.
현장조사에 나선 김해아이쿱생협 김세록 이사장은 "자동차가 달려올 때 저학년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교통지도를 하는 어른이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동작이 느린)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라고 지적했다.
구지초 정문에서 후문까지 연결되는 구간에서는 보행로를 찾아볼 수 없었다. 후문 앞 곳곳에는 주·정차된 차량이 많아 후문에서 갑자기 저학년 학생들이 튀어나올 경우 교통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김해아이쿱생협 이현주 이사는 "구지초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보행 안전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을 학교 정문 일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저학년들은 항상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후문까지 이어진 도로에도 보행로를 설치해 학생들의 보행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지초 일대에 설치된 CCTV는 한 대뿐이었다. 김 이사장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린이의 증언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CCTV 설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삼계동 분성초등학교에서 어린이보호구역 현장 조사에 나섰다. 분성초의 횡단보도도 정문에서 아래쪽으로 30m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고 정문에서 무단횡단을 했다. 이 이사는 "저학년들은 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건넌다. 횡단보도가 정문이 아닌 아래쪽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수시로 무단횡단을 한다. 학교 정문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의 불법 주·정차도 문제였다. 이 이사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학부모들이 등·하교를 위해 학교 정문 앞에 차를 댄 채 아이를 내리거나 태운다. 학교 앞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성초는 구지초에 비해 CCTV, 보행로 등이 비교적 잘 확보돼 있었다.
김 이사장은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어린이보호구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다. 시민, 학부모들이 적극 나서서 자녀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