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림기념관에서 8~30일 '2015 특별전'이 열린다. 대나무 그림이 전시된 고서화실의 내부 전경.

이하응·허백련·김응원·윤영기 비롯
배전·배병민·김종대 등 작품도 전시
김규진·김진우·화엄선사 기법도 선봬

난과 대나무는 선비의 절개와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난과 대나무를 소재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진례면 시례리 상촌마을 소림기념관은 오는 8~30일 '2015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난죽전'과 '풍속화전'이다. 난죽전은 기념관 내 고서화미술관에서, 풍속화전은 문헌서실에서 각각 열린다. 소림서실, 배석헌, 사조헌도 개방돼 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소림기념관의 전시는, 시민들이 고서화와 풍속화를 보면서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 고서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특별전 형식으로 열린다. 상설 전시가 아니라 특별전이 열릴 때만 기념관을 개방하지만, 전시기간에는 김해는 물론 전국에서 고서화 마니아들이 몰려든다. 2013년 9월 개관한 소림기념관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고서화미술관에서 열리는 '난죽전'은 난과 대나무 그림만 모아서 전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묵난도가 가장 먼저 보인다. 흥선대원군은 아버지 남연군으로부터 한학을 배웠고, 인척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문하에 들어가 글과 그림을 수학했다. 후일 흥선대원군은 사군자 그림 중에서도 특히 석파란을 잘 그렸는데, 이는 추사의 영향이라고 한다. 추사는 <완당전집> '석파의 난권에 붙여' 편에서 "난은 가장 그리기 어려운 소재"라며 "석파(흥선대원군)는 난 그림에 조예가 깊다. 앞으로 난을 그려 달라고 부탁할 요량이면 나를 찾아오지 말고 석파를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쓰기도 했다.
 
흥선대원군의 난을 보고 나면 남종화의 대가인 의제 허백련(1891~1977), 흥선대원군의 필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독자적인 경지를 이룬 소호 김응원(1855~1921),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미술학원인 경성서화미술원을 설립한 옥경산인 윤영기(생몰년도 미상)의 묵난이 이어진다. 차산 배전(1843~1899), 우죽 배병민(1875~1936), 아석 김종대(1873~1949) 등 영남지역 서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대나무 그림이 전시된 방은 마치 대숲 같다. 바람에 댓잎이 서걱대는  듯 청량한 느낌이 든다. 해강 김규진(1868~1933)의 풍죽도는 한쪽 방향으로 날리는 짧은 댓잎을 그린 것으로, 세찬 바람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그림만 보아도 그 바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바람 속에서도 꿋꿋한 대나무는 왕죽이다. 해강은 다양한 형태의 대나무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람의 느낌을 표현한 풍죽 기법은 후대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금강산인 김진우(1883~1950)의 묵죽도는 칼날 같은 댓잎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고결한 의지와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의 모습을 사군자로 표현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화가들은 시대의 아픔과 혼을 사군자로 그려냈다. 독립열사였던 김진우는 옥중에서도 대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그의 대나무 그림에서 댓잎이 칼날처럼 표현된 것은 꺾이지 않는 강인한 정신의 표출일 것이다.
 
한산당 화엄선사(1925~2001)의 왕죽도도 감상할 수 있다. 한산당의 왕죽도는 마치 눈앞에 굵은 대나무가 우뚝 서 있는 듯 강하고 기백이 넘치는 그림이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내시였으며 조선 말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손은 이병직(1896~1973)의 묵죽도도 눈에 뜨인다.
 
문헌서실에서 열리는 풍속화전은 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전시된 풍속화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관혼상제와 일상의 삶 속에 배어있는 정서를 고스란히 화폭에 담았다. 청초 이석우(1928~1987)의 '농악'은 농악을 치는 풍물패의 역동적이고 흥겨운 멋을 담아냈다. 농악대 악사들은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뛰어 나와 한바탕 놀 기세이다. 혜초 김학수(1919~2009)의 작품으로는 글방이 있는 마을과 추수를 하는 마을을 담은 그림이 전시됐다. 김학수는 치밀한 고증을 통한 역사풍속화를 남긴 화가이다. '하늘 천 따지~' 하며 글을 외는 소리와 풍년의 즐거움을 외치는 농부들의 흥타령이 그림 속에 배어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들어가 있는 듯한 그림이다.
 
소림기념관 안재선 관장은 "사군자 전시회는 매란국죽 전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매화, 봄에는 난, 여름에는 대나무, 가을에는 국화로 주제를 나누어 전시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난과 대나무를 주제로 한 그림을 따로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그려진  사군자에는 독립열사와 민족지식인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 울분을 삭히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의미 등이 담겨 있다"면서 "지난 세대의 삶을 담은 풍속화는 향수도 전해주고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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