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호정은 한국적인 미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얼굴이 각진 곳 없이 부드러운 계란형이고, 눈과 입이 크고 예쁘게 발달되어 있다. 이런 계란형의 얼굴을 혈과(血科)라고 한다. 혈과는 생긴 모양대로 기혈이 부드럽게 막히는 곳 없이 잘 흘러간다. 여성은 이런 형상이 건강하고 이상적이다. 남성은 기(氣)를 위주로 살아가기 때문에 얼굴형도 각지고, 이목구비에서도 돌출되고 딱딱한 곳, 즉 귀와 코가 발달되어 있는 것이 기본적인 형상이라면, 여성은 혈(血)을 위주로 살아가기 때문에 얼굴이 부드럽게 원형이나 타원형이면서 눈과 입이 발달된 것이 기본적인 형상이다.
 
귀와 코는 움직이기 힘들지만, 눈과 입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부드럽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눈과 입이 발달하면 신체에서도 부드러운 곳이 발달한다. 인체의 전면인 가슴과 복부가 발달하고, 근육이나 골격보다는 기육(肌肉)이라 부르는 살이 발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살결이 부드럽다.
 
눈과 입을 오장에 배속시키면 눈은 간, 입은 심장에 해당된다. 심장은 피를 만들어내고, 간은 피를 운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과의 전형적인 얼굴이 아니더라도 눈과 입이 발달되어 있으면 혈의 운행을 위주로 돌아가는 형상인 것이다.
 
얼굴이 혈과이거나 눈과 입이 발달된 사람은 혈병(血病)이 생기기 쉽다. 혈이 부족해지는 혈허증, 혈의 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어혈증, 각종 출혈 등이 잘 생긴다.
 
혈허증이 있으면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입술과 혀의 색이 옅어지고, 피부에는 윤기가 없어지며 살이 단단해진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잠이 잘 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며 어지러워진다.
 
어혈이 있으면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거나 어두워지며, 입술 색과 혀의 색이 검게 된다. 몸 여기 저기 통증이 잘 생기는데 밤이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히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멍이 잘 생기는 것도 어혈의 특징이다. 어혈이 있으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가슴이 갑갑해지며 대변의 색이 검고 아랫배가 단단해지면서 통증이 생긴다. 갈증이 있어도 물을 잘 마시지 못하고 눈이 침침하고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심하면서 생리혈이 검고 덩어리가 많이 생기게 된다.
 
혈과의 여성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하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궁에 질환이 있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혈을 감싸고 있는 힘이 떨어질 때 출혈이 잘 생기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많이 써도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중기(中氣)를 보충하고 비장(脾臟)을 든든하게 하는 한약을 써야 한다.
 
유호정은 자연유산이 되고 난 뒤로는 7년 동안 임신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혈과의 여성들은 임신 중에 역시 특별히 무리를 한 것도 아닌데 자연유산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혈을 감싸고 있는 능력이 임신을 유지하는 힘과 같다고 본다. 일단 유산이 되고 나면 어혈이 잘 생기기 때문에 유산 후에는 출산 후와 같은 몸조리가 필요하고 어혈을 없애주는 치료가 같이 동반되어야 자궁건강에도 좋고 추후 임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임신 중에는 여러 가지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동의보감>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부부관계이다. 3~5개월이 지나면 부부관계를 해도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한의학에서 볼 때는 임신 중은 물론, 산후 100일까지 관계를 피하면 유산의 위험도 줄고 태아의 건강에도 좋다. 그 다음으로는 음주를 조심해야 하며, 옷은 너무 덥게 입지 말고,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침이나 뜸 치료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과로를 하는 것도 좋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누워있어도 좋지 않으니 적절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임신 중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하게 놀라면 역시 태아에게 영향이 있으니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유식 부산장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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