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240쪽/1만 4천 원)

생태, 환경, 역사,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이자 언론인인 리베카 솔닛의 산문집. 2008년 솔닛은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솔닛에게 최근 그가 접한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거드름을 피우며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그 남자는 책이 아니라 서평을 읽은 것이었다. 듣다 못한 솔닛과 친구가 그 '아주 중요한 책'이 바로 솔닛이 쓴 책이란 걸 밝혔다. 솔닛은 이 일을 인터넷에 올렸다.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달구며 세계로 퍼져 나갔다. 솔닛은 글을 쓸 때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신조어이다. 솔닛은 맨스플레인을 '일부 남성의 과잉 확신과 무지함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았다. 이 신조어는 '흔히 남자가 여자에게,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설명하는 것'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맨스플레인'은 옥스포드 온라인 사전에 올랐고 곧 주류 정치매체에서도 사용됐다. 2010년에는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에도 선정됐다. 이 책은 '맨스플레인'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박수일 글, 강병인 그림/샘터/234쪽/1만 3천 원)

천문(天文), 지리, 율력(律曆), 복서(卜筮), 산수 등에 통달하고 특히 역(易)에 정통하였던 조선 후기 학자 위백규는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위백규가 열 살 무렵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벽에 써 붙였다는 글은 '남을 보기보다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기보다 나 자신에게 들으리라'였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귀화했던 일본 장수 김충선은 평생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속에서 살았다. 김충선이 자식에게 남긴 말은 '남이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비방해도 묵묵히 참아라'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입신출세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반대의 길을 택한 허균의 말은 어딘지 통쾌하다. 허균은 '그대는 그대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고 일갈했다. 이 책은 옛 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와 그 문장을 소개한다. 저자가 월간 <샘터>에 3년간 연재한 글을 묶은 책이다. 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문자로 된 책이나 글에만 한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에는 옛 공부벌레들의 삶을 이끈 좌우명 44편이 실려 있다. 캘리그라피 작가 강병인이 쓴 작품으로 만나는 옛사람들의 좌우명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강병인은 "옛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삶의 결을 온전히 글씨 안에 담으려 했다"고 말한다. 그의 노력 덕분에 옛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생생히 마음에 다가온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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