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모내기·벼베기·타작·벼찧기 등
초등생 호철이의 시선과 체험 방식 얘기

맛있는 쌀밥 묵자
이호철 글/김종도 그림/고인돌/212쪽/1만3천 원

"책의 이야기를 읽고 그때는 어떻게 벼농사를 지었으며, 여러분 또래의 어린이들은 어떻게 벼농사 일을 거들었는지, 밥알 하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철 작가의 말이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벼 베기를 해서 타작을 하고, 벼를 잘 말려 방앗간에서 벼를 찧고…. 이호철 작가의 '사계절 동화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는 벼농사 이야기를 담은 <맛있는 쌀밥 묵자>이다. 한 알의 귀중한 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고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 농부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생 호철이가 어른들의 농사일을 돕고 뛰어노는 과정을 따라 가다보면, 지금은 잊혀져가는 벼농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라다크 마을의 삶을 소개하며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시사했다. 이호철 작가도 책에서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그 일이 우리에게 참된 인간적 가치관을 갖게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모내기 하는 날엔 작은아버지들이 모두 오고 이웃들도 함께 모를 심는다. 모내기를 하다가 새참으로 날라 온 국수를 즐겁게 나누어 먹으며 훈훈한 정을 나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일손을 도우면서 노동을 배우고 더불어 놀이도 즐긴다. 또한 수없이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쌀 한 알의 소중함도 보여준다.
 
민물새우, 논고동, 물방개, 소금쟁이, 물매암이, 물땅땅이, 게아재미, 논지렁이, 거머리, 벼멸구, 끝동매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곤충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연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다른 읽을거리다.
 
게다가 이야기를 엮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농기구들은 그 이름과 모양, 쓰임새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어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동구미, 씨망태, 멍에, 작두, 도롱이, 삿갓, 홀태, 디딜방아, 길마, 응구, 탈곡기 등 논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농기구들을 박물관에 간 듯 정겨운 그림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요즘은 밥 대신 밀가루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밀가루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건강을 해친다고 한다. 쌀은 건강을 지키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접하기 쉬운 우리의 먹을거리다.
 
벼농사 문화는 단지 식량을 제공하는 의미만은 아니다. 모를 심고 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족끼리의 사랑과 연대감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공동체의식,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길러주는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부는 때론 자연이 주는 시련으로 한해의 농사를 망치기도 하고, 물이 부족해 제때 모내기를 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농부들은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나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예기치 않게 닥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때 벼농사 문화에서 꿋꿋한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요즘 사회나 교육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김해뉴스


이애순 아동문학가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