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이루마의 배우들이 김해문화의전당 상주단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연극 '바리데기'를 연습하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극장이 극단 제작 과정 참여하는 작업
오는 8월 21일 누리홀에서 첫 무대

공연문화시설과 연극단이 연극을 공동제작하기로 해 화제다. 김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콜라보레이션(협업)'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김해문화의전당과 극단 이루마는 연극 '바리데기'를 공동제작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바리데기'는 부산의 극단 동녘의 작품이 원작이다. 민간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바리공주 이야기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바리데기'는 설화를 중심으로 한 연극이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의 연령대가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바리데기'는 오는 8월 21~23일 누리홀에서 3회 공연된다.
 
이번 공동제작은 김해문화의전당으로서는 공연제작사업의 첫 단계인 '프로듀싱 시어터'에 첫발을 내디디는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연문화시설의 전문스태프가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김해에서는 물론 경남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다. 프로듀싱 시어터는 극장이 극단의 연극 제작 과정에 참여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김해문화의전당으로서는 이를 통해 자체 레퍼토리를 확보할 수 있고, 축적된 창작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이루마는 '경남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대상 극단으로 현재 문화의전당에 상주해 있다. 이번 사업 역시 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운영팀이라는 전문스태프가 제작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루마 배우들은 연기에만 매진할 수 있다.
 
'바리데기'에는 이루마 단원들이 출연하고,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운영팀이 연출·음향·조명·무대세트의 전반적 제작을 담당한다. 예술감독은 조일웅 무대운영팀 팀장, 연출은 이찬우 무대감독, 음악감독은 김일용 음향감독, 무대감독은 백경옥 무대기계감독, 조명디자인은 박용민 조명담당, 사업기획은 서종호 공연사업팀 팀장이 각각 맡았다.
 
이찬우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연출을 맡았다. 긴장되고 설렌다"면서 "연극 '바리데기'는 전통연희극이다. 리얼리즘 현대극을 주로 선보여 온 이루마에서는 처음 시도해보는 극 양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양식의 연극을 해봄으로써 배우들에게는 훈련이 되고, 관객들로서는 새로운 무대를 접하는 계기가 된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또 "나는 연극인이면서 김해문화의전당 직원이어서 양측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극단에서는 이런 식의 공동제작 형태가 도움이 된다. 전당의 전문가들이 연극작업에 참여하면 배우들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연습과정에 함께 참여하니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책을 찾거나 새로운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제작과정 자체가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용 음향감독은 배우들의 연습과정에 참여한다. 그는 국악 위주의 퓨전음악 1만 3천곡을 들었다고 한다.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골라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조일웅 팀장은 공동제작의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총괄한다. 연습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제작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돼 좋은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스태프를 관리하고 돕는다. 무대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니 연출, 무대 설치, 음향, 조명 등을 좀 더 꼼꼼하고 상세하게 만들 수 있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서종호 과장은 "김해문화의전당으로서는 자체 보유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분야 중에서 연극이 적당하다고 판단해 공동제작을 하기로 했다. 김해문화의전당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콘텐츠를 하나씩 축적하면 그만큼 김해의 문화 경쟁력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김해문화의전당은 제작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공동제작은 그 준비단계이다. 김해문화의전당의 적극적인 기획과 지역예술인들에게 필요한 지원내용이 서로 잘 어우러져 이번 공동제작이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이루마의 이정유 대표는 "그동안 현대극만 했다. 전통연희극 양식은 처음이라 단원들이 초기에는 힘들어 했지만 많이 익숙해졌다.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단원 전체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김해문화의전당의 전문 스태프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극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양측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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