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위원장이 1988년부터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후배가 당시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경수에게 보내준 책이다. 27년간 곁에 두고 펼쳐보았던 책이라 표지가 닳았다.
"겉으로 순해 보여도 별이 3개입니다."
 
2012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 '너무 순해 보이는데 그래 가지고 정치 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세 차례 구속되었고, 그 바람에 집안의 장손이 서울대에 갔다고 좋아했던 할머니는 급기야 "서울대가 아니라 웬수대"라며 한탄하곤 했다.
 
대학 3학년이던 1988년 여름, 처음으로 구속돼 수감됐던 영등포 구치소.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감옥에서 만난 다른 사람의 감옥 편지, 묘한 인연이었다. 저자는, 감옥에서 만난 목수가 집을 그리면서 지붕이 아니라 일하는 순서대로 주춧돌부터 그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맞고 함께 걸어가는 것.' '그 사람의 삶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사람의 생각만을 다른 것으로 대치하려고 하는 여하한 시도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입니다.' '사람은 자기의 처지에 눈이 달리기 마련이고 자신의 그릇만큼의 강물밖에 뜨지 못합니다.'
 
구구절절 몽둥이 같은 죽비가 되어 나를 후려쳤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주변을 가르치려 들었던 어리석음은 부끄러움이 되어 몰려왔다.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름 없는 촌부의 삶 속에 녹아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대학시절부터 농촌으로 공장으로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을 찾게 만들고, 끝내는 대통령을 따라 봉하마을로 귀촌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첫 단추 같은 책이었다.
 
누렇게 바래 버린 그 책은 지금도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7년 세월을 함께하면서 이념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역사는 조금씩 앞으로 전진한다는 희망을 심어주며 '애장품 1호'의 자리를 지금도 꿰차고 있다.
 



김해뉴스
≫김경수/경남 고성 출생, 진주남중·동명고·서울대 졸업,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및 연설기획 비서관, 2014년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위원장,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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