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베리 영예상 제니퍼 홀름 새 소설
과학 통해 인생과 세상 보는 힘 교훈


열네 번째 금붕어

제니퍼 홀름 지음
최지현 옮김
다산기획 펴냄
200쪽/1만1000원

<메이 아멜리아> <내 사랑 페니> <우리 모두 해피엔딩> 등으로 세 차례나 '뉴베리 영예상'을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새로운 소설 <열네 번째 금붕어>가 출간됐다.

이 책은 세포 재생을 통해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 과학자 할아버지가 벌이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소년이 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면서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엘리'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엘리가 유치원에 다닐 때 스타릴리 선생님이 금붕어 한 마리씩을 나누어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선생님은 부모들에게 금붕어는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생물의 한살이를 잘 가르쳐 줄 것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엘리는 금붕어에게 골디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4학년까지 잘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뒤집힌 채 둥둥 떠 있는 금붕어를 발견한다. 엄마는 그것은 골디가 아니고 열세 번째 금붕어라는 말을 해준다. 금붕어가 죽을 때마다 엄마가 새로운 금붕어로 바꾸어 넣은 것을 몰랐던 것이다. 엘리는 생물은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엘리는 모든 일에 열정이 없다. 단지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고, 가장 친한 친구 브리애나와 벽에 손바닥 자국을 찍는 것을 즐거운 놀이로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소년으로 변한 할아버지가 오면서부터 엘리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과학자였고, 실패를 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과학자의 정신이라 말하면서 엘리에게도 과학자의 소질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소크, 원자폭탄을 만들어 전쟁을 종식시킨 로버트 오펜하우머, 방사능 연구로 노벨상을 탄 퀴리부인 등의 업적을 들으며 엘리는 과학자들을 존경하게 된다. 또한 삶에 열정을 가지게 되고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단짝 친구였던 브리애나가 배구부에 들면서 관계가 소원해지자 처음에는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차츰 다양한 관계를 넓혀가면서 그것이 자연스런 삶의 방식임을 받아들인다. 엘리는 열세 번째 생일날 부모가 선물로 준 핸드폰보다 할아버지가 준 현미경을 받고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뻐한다. 그리고 과학자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굳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엘리는 성장하고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의 과도기를 잘 넘긴다. 사춘기를 넘기는 독자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재미는 과학이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술에서 세균을 죽이는 저온살균, 고온살균법을 발견한 파스퇴르 덕분에 우리가 우유나 치즈를 먹고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과학의 힘이다. 그릇에 담긴 사과를 쪼개면 안에 들어 있는 씨는 발육정지 상태이지 죽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씨가 다시 흙에서 물을 먹고 햇빛을 받으면 싹이 튼다는 세심한 관찰이 과학의 힘이라며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 아님을 말한다. 또한 트림을 하자 위장에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쉽게 과학을 이해시킨다.

방사능 연구로 노벨상을 탄 퀴리부인은 방사선 과다노출로 죽었고,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함으로써 전쟁을 종식시켰다고는 하지만 더 큰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한다. 엘리는 과학의 부작용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 독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떠나 과학의 발달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비판의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은 보너스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평생 연구하던 '티멜비너스'를 변기에 버림으로써 생명의 법칙을 따른다. 엘리는 스타릴리 선생님이 금붕어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했던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열네 번째 금붕어인 것이다.





이애순
아동문학가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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