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토박이인 효능원의 이선자 원장이 콩나물 국밥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지난 3월 오픈
60대 이상 어르신들 음식 내공 발휘

진영재래시장에서 매일 신선재료 구입
착한 가격에 정성 가득 든든한 한끼

"엄마가 차려준 한끼 식사 드셔 보실래요?"
 
가족을 위해 재료를 고르고 요리를 해 한 상 가득 차려 내놓는 '엄마표 집밥'에는 한끼 식사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집에 축하할 일이 생기면 잡채와 불고기가 빠지지 않고, 식구 중 누군가에게 감기 기운이 있으면 칼칼한 콩나물국이 식탁에 오른다. 사회복지법인 효능원 이선자(49) 원장은 엄마의 그런 마음이 담긴 한끼를 먹으러 가자며 진영읍 진영리에 있는 '콩시락(樂)'으로 안내했다.
 
'콩시락'은 콩나물국밥과 시락국밥이 대표 메뉴다. 콩나물국밥의 '콩'과 시락국밥의 '시'을 따서 이름을 콩시락이라고 지었다. 이 원장은 이왕 온 김에 모두 맛보라며 콩나물국밥, 시락국밥을 다 시켰다.
 
이 원장이 몸 담고 있는 효능원(이사장 김용일)은 2006년 2월 진영읍에서 문을 열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정수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일 이사장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금을 모아 효능원을 설립했다. 효능원은 요양원과 노인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통합지원센터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인 어르신들을 관리하면서 장유, 주촌면, 진영읍의 기초수급자 어르신 100여 명에게 가사 지원, 도시락 배달, 밑반찬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김해 토박이인 이 원장은 효능원과 인연을 맺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가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뒤 효능원에 입사했다. 생활지도원, 사무국장, 사회복지과장을 거쳤고 지금은 원장 직을 맡고 있다.
 
이 원장은 "10년 넘게 많은 어르신들을 도와 드리고 있지만 노인복지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자녀가 있어도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며 씁쓸해 했다.
 
이 원장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독거사'이다. 그는 "홀몸어르신에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걱정부터 밀려온다. 어르신들이 홀로 지내다 세상을 떠나면 가슴이 아프다. 자식과의 연락이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능원에서 장례를 치러주고 있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가슴아픈 일"이라고 토로했다.
 
주문한 음식이 상에 차려졌다. 이 원장이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겠다더니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콩나물국밥 안에 계란을 탁 깨서 넣고는 휘휘 저었다. 그리고 양념과 고추, 마늘을 한데 버무린 다대기를 넣은 뒤 마지막으로 새우젓을 한 숟갈 보탰다.
 

▲ (왼쪽부터) 콩나물 국밥, 콩나물 비빔밥, 시락국밥.
국물을 먼저 떠먹었다. 칼칼한 첫 맛이 혀끝에서 맴돌더니 시원하고 깔끔한 뒷맛이 이어졌다.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하게 삶겨 있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만으로도 숙취가 다 해소될 것 같았다. 실제로 콩나물에 함유된 아스파라긴 성분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알코올 분해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락국밥 맛도 궁금해 한 숟갈을 떴다. 먹자마자 '참 진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식탁 위에 놓인 들깨가루를 넣자 구수한 맛이 더해졌다. 시락국밥에는 열무시래기, 얼갈이 등이 듬뿍 들어 있었다. 열무김치와 국밥이 전부인 밥상이었지만 특별한 반찬 없이도 맛있게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콩나물국밥, 시락국밥 모두 맛있죠? 엄마의 사랑이 담긴 음식이에요. 식사만 하지 말고 콩시락 종업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한번 보세요."
 
▲ 콩시락에 근무하는 김두희(왼쪽), 민옥자 씨.
음식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이 원장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콩시락의 종업원은 모두 60대 이상의 어르신이들었다. 지난 3월 문을 연 콩시락은 효능원 노인통합지원센터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콩시락에서 판매되는 음식의 수익금은 어르신들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된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출하고 나서 남은 수익금은 또다른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을 위해 적립된다. 현재 콩시락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모두 13명이다. 일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은 늘 밝다. 종업원 김두희(64·여) 씨는 "60세 이상이 되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 이곳에서는 일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며 웃었다.
 
콩시락 음식의 재료에서부터 맛, 어르신 관리 등은 효능원 노인복지센터 노인일자리 담당 정명순(53) 씨가 맡고 있다. 정 씨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진영재래시장 등에서 콩나물, 시래기, 파 같은 각종 재료들을 직접 골라 와 어르신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한다. 정 씨는 "콩나물국밥과 시락국밥 육수는 멸치와 밴댕이로 만든다. 시락국밥은 쌀뜨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에 비해 맛이 더 구수하다"고 자랑했다.
 
콩시락 입구에는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가마솥이 하나 놓여 있다. 이 가마솥에서 밥을 하루 2번 지어 손님 밥상에 낸다. 정성이 가득 담긴 콩시락의 음식은 콩나물국밥, 시락국밥 모두 3천800원으로, 다른 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 지난 3월 문을 연 콩시락. 효능원 노인통합지원센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원장은 "콩시락은 가격과 맛이 모두 착하다. 이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하면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다. 콩시락이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도록 콩시락 1호점, 2호점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콩시락/진영읍 여래로 19번길 3(롯데리아 맞은편 1001안경점 골목). 055-723-4070. 콩나물국밥·시락국밥 3천800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