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피 모양 '버짐' 닮아 '양버즘'
성장 빠르고 대기오염물질 흡수 장점


요즘 같은 날에는 거리에 나서면 무더위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릴 때는 조금이라도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늘을 찾는다. 도시의 거리에서 강한 햇빛을 가려줄 그늘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옛날에는 거리 어디에서나 무료로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가장 흔했던 가로수인 플라타너스였다. 무더운 여름날 무성히 자란 플라타너스의 잎은 크고 싱싱하다.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가로수 중의 하나였다.

플라타너스는 한때 가로수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나무이다. 하지만 이른 봄에 어린 잎에서 날리는 털이 면역반응(알러지)를 일으킨다거나 거리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잘려나간 비운의 가로수이기도 하다.

▲ 사람의 얼굴에 피는 '버짐'과 비슷한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의 수피.

이제까지 필자가 주최한 자연체험학교 가운데 나무, 야생화를 배우는 숲탐험학교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는 플라타너스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생김새를 기억하기도 했다. 플라타너스가 교목(校木)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 나무의 우리말 이름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바로 양버즘나무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버즘나무라는 뜻이다. 양버즘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를 알려면 이 나무의 수피를 봐야 한다. 양버즘나무의 수피는 사람의 몸에 나는 '버짐'과 닮았다.

양버즘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사랑받는 나무다. 양버즘나무가 가로수로 좋은 이유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이식이 쉽다는 것이다. 또 추위에 잘 견디며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대기오염에도 강하며 사람에게 해가 되는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인간들에게 정말 고마운 나무가 아닐 수 없다.

양버즘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곧고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할 도리를 다하는 나무다. 사람들에게 선(善)을 베푸는 양버즘나무의 본성을 사람들도 본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만영 자연과사람들 책임연구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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