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오 지음
도어즈/320쪽
1만3000원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영산이다. 아직은 통일이 되지 않아 중국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이라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게 가 볼 수가 없다. 그 백두산이 있는 곳이 바로 연변(옌벤)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수탈을 피해, 혹은 강제로 이주 당해 조상들이 건너간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광복을 맞고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으며, 지금은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설립돼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같은 조상을 둔 사람들인데도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땅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사는 곳이 바로 연변이다.
 
원로 소설가인 성병오 교수가 조선족이 살고 있는 연변을 들여다본 <중국 속의 이방인>을 펴냈다. 연변과학기술대학교 한국어과 교수, 염성사범학교 교환교수로 4년 동안 연변에서 지내면서, 그리고 여러 차례 그곳을 드나들면서 체험한 연변의 진짜 얼굴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연변, 그 땅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우리 동포인 조선족의 삶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연변의 역사와 조선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배경, 그곳에서 일어났던 조선인의 고난에 대한 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우리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의 역사와 천지, 그 부근에서 놓치지 말고 가 볼 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용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묘를 자주 찾아가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연변조선족자치주의 6시 2현을 돌아보며 그곳의 참 모습을 찬찬히 들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연변의 풍경, 먹거리, 중국의 술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가 윤동주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형의 책장에 꽂혀 있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었던 시절이다.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늘 흠모하고 있었던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일제의 고문으로 젊은 나이에 옥사한 윤동주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곳에 사는 동료 교수와 함께 녹이 슬어 글씨를 알아볼 수 없던 '윤동주 옛집' 생가 표지판의 녹을 벗겨내 정성스럽게 다시 칠하고 글씨를 써서 세우는 모습은 참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혈육 중 유일한 생존자인 시인의 누이동생 윤혜원 여사를 만나 놀라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누이동생이 들려주는 오라버니 이야기를 통해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졌던 시인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내가 마주한 연변은 평소에 까마득히 잊고 사는 애국심을 일깨워 주는 장소였기에 우리가 소중히 안고 가야 할 땅이었다."
 
저자는 연변에서 우리 역사와 관련된 많은 장소와 마주하게 된다. 유적지들을 돌아보며 자료를 꼼꼼하게 정리해서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책에 실었다.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용정, 항일 전투의 백미인 청산리대첩이 있었던 화룡에는 특히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일제에 저항했던 의미 있는 장소들이 많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애국의 설교를 피하면서 사실만 전달하려고 애썼'다지만 글 곳곳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동안 역사가 잘못 기록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조상들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역시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중국동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그래서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가치가 있다.
 


김해뉴스

이은주 시인 / 신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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