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 읍·면·동 지역을 연결하는 시내버스 운행대수가 적고 배차간격이 넓어 이동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이용이 얼마나 불편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제대학교 학생인턴들이 직접 시내버스를 타고 김해 곳곳을 돌아보았다.

■ 장유 갑오마을 ~ 한림면 시호2구마을

바로 가는 노선 없어 봉황동서 갈아타
56번 노선 바뀌어 어르신들 이용 불편


장유 김해서부경찰서 인근 갑오마을(8단지) 버스정류장에서 한림면 시호2구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 네이버 지도로 알아보니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33분이 걸린다고 한다.

시호2구마을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김해시버스정보시스템(bus.gimhae.go.kr)과 휴대폰 앱 '버스종결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오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시호2구마을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봉황동으로 돌아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 시호2구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시내버스가 오기만을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 45분 갑오마을 8단지 앞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부산김해경전철 봉황역까지 이동했다. 21번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배차 시간이 긴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 이용객들은 별다른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전 10시 24분 봉황역에 도착한 뒤 56번 버스를 타기 위해 건너편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56번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 모(76·외동) 씨는 "버스 노선이 바뀐 지 두 달아 다 돼 간다. 원래 운행 시간과 많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1시간에 1대 꼴로 버스가 다녔지만 지금은 1시간이 넘어갈 때도 있다. 너무 불편하다. 버스 기사에게서 시간표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시간을 맞춰 버스를 타러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56번 버스는 짧게는 45분, 길게는 1시간 30분에 1대씩 운행되고 있다.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오전 10시 59분 56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최 씨의 말대로 버스 기사에게서 시간표를 받을 수 있었다. 시간표에는 56번 버스가 하루에 14번 정도 운행된다고 적혀 있었다.

봉황역에서는 거의 비어 있던 버스였지만 새벽시장 근처의 부원역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탑승했다. 대부분 무거운 짐을 들거나 병원에 다녀온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운전기사는 승객들이 모두 앉거나 안전하게 내린 뒤 출발했다. 승객 김 모(80·한림면) 씨는 "버스 노선이 많이 바뀌었다. 원래는 금강병원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금은 부원역까지 걸어 나와야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걷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봉황동에서 버스를 탄 지 40여 분, 장유에서 탑승한 지 두 시간만인 오전 11시 41분 시호2구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병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아침에 넘어져 눈 주위를 크게 다쳤다면서 병원에 가기 위해 56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56번 버스를 타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56번 버스의 바뀐 시간표가 붙어 있었지만 노인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버스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어르신은 버스를 기다린 지 50분 만인 낮 12시 30분께에야 겨우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 모(75·한림면) 씨는 56번 버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는 56번만 운행한다. 버스가 1대밖에 없어 자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최근 버스 시간이 바뀌었다. 이전의 시간표에 익숙해질 때쯤 시간표가 바뀌어서 너무 힘들다. 버스 노선도 변해 너무 불편하다. 56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인데 시에서는 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해뉴스 /김민영·김보경 인제대 학생인턴


■ 어방동 ~ 장유 갑오마을 ~ 진영읍
노선 복잡하고 배차시간도 제멋대로
진영신도시 정류장 관리 안 돼 엉망


버스를 이용해 어방동에서 장유로 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진영읍으로 가 보기로 했다.

어방동~장유를 오가는 버스는 97, 98번이 전부다. 버스 배차 간격은 40분이다. 평일에는 97번 버스가 20분 먼저 운행을 시작한다. 한 대를 놓치면 20분을 기다려야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다.

오전 7시 50분 인제대학교 정문 정류장에서 98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은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승객들은 여러 정류장에서 승·하차했다. 눈에 띄게 많은 승객들이 하차한 정류장은 중앙병원과 장유스포츠센터였다.

▲ 진영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의 버스정보시스템에 44번 버스가 35분 뒤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표시돼 있다.

버스는 1시간 가량 달려 8시 50분 김해서부경찰서 인근 장유 갑오마을(8단지)에 하차했다. 내리면서 보니 창원대학교가 종점이어서인지 97번 버스에는 여전히 승객들이 많았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20분만에 올 수 있는 거리를 꼬박 1시간이나 달려 왔다. 

이곳에서 진영 시외버스터미널로로 가려면 머리를 잘 써야 한다. 14, 44, 56번 버스를 타면 되지만 환승을 하는 등 가는 방법이 복잡한데다 배차시간도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로 가는 44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갑오마을 버스정류장에는 44번 버스가 없었다. 갑오마을과 가장 가까운 장유문화센터로 가서 21번 버스를 탔다. 약 10분을 달려 무계동 장유우체국에 하차했다. 진영으로 가려면 길 건너편의 장유1동 주민센터 앞에서 44번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런데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버스 도착 안내판을 다시 확인하니 30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렸다. 10시 23분께 44번 버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버스는 장유를 벗어나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인 시골길을 달렸다. 길이 좁다 보니 버스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가기 힘들어 다른 버스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한 대가 기다려 주는 일도 있었다. 출근시간이 지나서인지 버스에는 노인, 주부, 대학생 같은 승객들만 타고 있었다.

44번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넓은 배차간격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버스 안에서 만난 김 모(39·율하동) 씨는 "매일 44번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장유농협에서 김해제일고등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 배차시간이 너무 길어 불편이 크다"고 토로했다.

불만의 목소리를 가득 실은 44번 버스는 40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오전 11시 진영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주민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는 이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던 이종팔(80·진영읍) 씨는 "진영 신도시 쪽에 살고 있다. '김해'로 가는 44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언제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영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 나와 그나마 배차 간격이 짧은 14번 버스를 이용한다. 진영 신도시에 인구도 많은데 배차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영 신도시로 걸어가 보았다. 버스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어떻게 이용할까 싶을 정도로 버스정류장은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표지판에는 운행 노선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버스정보시스템 역시 비어 있거나 광고물과 페인트칠로 더럽혀 져 있었다. 주민들에게 버스정류장 위치를 물어보니 대부분 "버스는 불편해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김해뉴스>로 돌아가기 위해 낮 12시 30분 진영자이아파트 정류장에서 다시 44번 버스를 탔다. 버스는 장유를 거쳐 부원동까지 바로 달렸다. 대개 1시간 10분~5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부산김해경전철 부원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2분. 낮이라서 차가 밀리지 않아 다행히 1시간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젊은 학생들이 타도 지칠 만큼 배차 간격이 넓고 노선도 길었다. 진영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대다수는 어르신들이었다. 그들의 불편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하루였다. 

김해뉴스 /노영임·문효진 인제대 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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