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결혼한 가정주부 정 모(52) 씨. 30년 동안 청소, 설거지, 밥짓기 등 온갖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 정 씨의 지극 정성 덕에 자녀들은 남부럽지 않게 자라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도 내조 덕분에 직장에서 승승장구해 올해 승진했다. 그는 가정주부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나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했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기보다는 걸레로 청소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수십 년 간 몸에 밴 근검절약 생활습관 때문이었다. 그런데 5개월 전부터 무릎 통증이 시작됐다. 생활에 큰 불편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주일 전부터 통증이 심해져 제대로 걸을 수가 없게 됐다. 임시방편으로 무릎 보호대를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아픔을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정 씨는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해 혼자 인근 병원을 찾았다. 무릎 관절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증상과 원인
무릎 관절염은 수많은 질환 중에서 유독 여성들이 많이 앓는 병이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더 많다. 무릎 관절은 외부의 충격이나 어느 한 부분으로 몸의 하중이 쏠리게 되면 무릎 내의 관절 연골이 손상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릎관절염이 나타나는 원인과 양상에 차이가 있다. 젊은 여성은 무리한 다이어트, 하이힐 등이 주된 원인이 되고, 중년 이상의 여성은 과도한 가사일, 육아, 노동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50대 이상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이 왔을 때의 골밀도 감소와 인대, 근육 퇴화 그리고 남성보다 높은 비만율 등이 주된 원인이다. 2013년에 무릎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이었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여성이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동양인의 경우 무릎관절이 바깥쪽으로 휘어질 가능성이 높고, 무릎 안쪽의 연골이 닳는 내측 관절염이 많다. 관절염이 심해져 관절연골이 손상되면 무릎을 점차 움직이기가 힘들어 지고 걸음을 걷기가 힘들어 진다.
 
증상 초기에는 소염진통제와 근육강화운동 등의 물리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
 
■ 예방과 치료
무릎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 체중 조절 등이 필수적이다. 자전거 타기, 걷기, 수영 등으로 관절이 굳는 것을 막고 연골을 튼튼하게 해주는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게 좋다. 또 체중이 1㎏ 늘면 관절이 받는 부담은 3~5㎏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반다리나 무릎을 굽히고 앉는 좌식생활을 가급적 피하고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거나 입식 생활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젊더라도 무릎에 열이 나거나 붓는다면 퇴행성 관절염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연골이 닳아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 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관절내시경수술과 인공관절수술이 있다. 관절내시경수술은 무릎에 작은 상처를 내 관절 내부에 내시경을 삽입,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엑스레이 촬영이나 MRI 촬영에서도 나오지 않는 미세한 관절연골 손상이나 이물질 등을 밝혀낼 수 있고 정밀한 시술도 가능하다.
 
관절 연골이 심하게 마모돼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다.
 
관절 모양의 맞춤형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관절 연골 대신 삽입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져 손상 정도에 따라 부분적인 인공 관절치환술도 가능하다. 수술 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빠른 회복도 가능하다.
 
김해 박정규정형외과 박정규 원장은 "전통적 좌식 문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다"며 "조금만 걸어도 무릎 부위가 붓거나 물이 차고,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거나 소리가 나고 아프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주재현 기자 powe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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