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이 부산에 오면 지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산 사람이 김해에 살게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럴 때 느끼는 촌스러움이란 무엇인가.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차이를 무 자르 듯이 분명하게 가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편의상 숫자로 나누었을 뿐 농염의 애매한 차이에 불과할 것이다. 이를테면 더 도시스럽다든지 더 시골스럽다든지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도시와 시골을 사회경제 활동으로 구분해 보면, 시골은 주로 농업과 어업 등의 1차 산업 지역이고, 도시는 주로 상업과 공업 그리고 서비스업 등의 2 , 3차 산업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골은 자연과 직접적으로 생활이 엮여 있는 반면에 도시는 자연과 직접 연결이 없어 자연과 소외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보면 대충 맞아 떨어진다.
 
오늘날 전세계는 인구 증가와 교통과 통신의 발달 그리고 지구촌화 등으로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점점 무색해져서, 이제는 아주 외진 지역이 아니고는 사람 사는 곳은 거의가 시골도 도시도 아닌 경계선상에 있는 도시근교 지역과 아예 시골스러운 풍경을 잃어버린 도시지역으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이쯤해서 우리는 도시스러움과 시골스러움을 흙, 돌, 숲, 나무, 시내와 같은 자연 풍광이 차지하는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촌스러움을 경치에서뿐 아니라 사람의 성격이나 분위기에서도 발견한다. 흔히들 촌스러움은 세련되지 못함, 어리숙함, 시대에 뒤진 답답한 구닥다리 같은 것으로 대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이 지닌 촌스러움은 고향과도 같은 풍요로움을 제공해주는 좋은 것으로 느끼는 반면에 사람에게서 풍기는 촌스러움은 변화에 적응 못하는 어리숙하고 답답함을 제공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달리 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자연의 풍요와 빈곤에 자신들의 삶이 곧바로 연결되어 있는 시골인들은 사실상 자연과 거의 한몸처럼 동화하는 가운데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정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골사람들이 과거의 전통과 습관을 중시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 생존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하여 도시인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서로 눈치보 듯 발생하는 예측불허의 시장경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온갖 다양한 변수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태 속에서 재빨리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이야말로 도시인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처세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지껏 시골인을 바라보는 도시인의 눈높이가 다름 아닌 시골인을 도시인들의 잣대로 일방적으로 폄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골인들의 눈치없고 더딤은 변함없는 자연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에서 나오는 일종의 여유로움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눈치를 볼 필요조차 없는 이러한 촌스러움이 지니는 풍요는 어쩌면 도시인들이 애써 배워야 할 덕목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제는 도시인들도 자신의 문화가 얼마나 헐벗은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심지어 빌딩 꼭대기에 정원을 심기도 하고 도시의 일부 공간을 녹지대로 묶어놓거나 확대하기도 하고, 시골에다가 별장을 짓거나 아예 도시 근교 시골로 주거지를 옮기는 것이 도시인들의 사치스런 꿈이 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 김해인은 지구촌 위에 있는 '김해 촌'을 더욱 촌스럽도록 가꾸어야 한다. 아니 시골스런 풍광을 보존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시인들이 그토록 꿈꾸고 마지막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과도 같은 시골에 이미 살고 있는 이 행운을 더욱 뽐내야 할 것이다. 도시의 헐벗은 바깥 풍경과 마음풍경을 걱정하면서 그들이 우리 시골인들을 진정으로 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여유도 아울러 비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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