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 모(28·여) 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참기 힘든 복통과 변 마려움 증세를 보였다. 간헐적으로 고통이 찾아왔고, 더러는 1년에 한 번 이상 학교를 빠져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갑작스러운 복통 때문에 마음 놓고 시험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박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를 하다 잠깐 엎드려서 잠을 자던 중 낭패를 본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배가 더부룩하면서 트림이 나올 것 같았고, 속도 쓰렸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고, 화장지에서 혈흔이 묻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김 씨 같은 대장 질환 환자가 의사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신경성 입니다"라는 것이다. '신경성'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병이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스트레스·과음·흡연 등 원인 다양
복통 등 심할 땐 일상생활 힘들어
식이섬유 섭취·적절한 운동이 필수

■ 과민성대장증후군이란
대장내시경 등의 검사에서 증상의 원인이 되는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는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아랫배가 아프면서 설사가 있는 경우, 아랫배가 거북하고 가스가 차면서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되는 경우라면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 이후 성인 10~20%가 고통을 받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다. 남자보다 여자에서 2~3배가량 많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최근 들어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증상으로는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대표적이다. 복통의 위치는 아랫배, 배 왼쪽·오른쪽, 명치 등 다양하고, 대개 일시적이고 경련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할 때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통증은 식후에 악화되고 변을 보고 나면 완화된다. 복통과 더불어 배변 습관의 변화가 특징적인 증상이다. 대부분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난다. 이 중 설사 때문에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 많다. 밥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설사를 하는 경우라면, 주변에 화장실이 없을 때 불안감 탓에 제대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트림과 방귀도 수시로 나와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여기에다 소화 불량, 가슴 쓰림, 구역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염되거나 유전되는 병은 아니며 정신적 스트레스, 세균성 장염, 과음과 불규칙한 식생활습관 등의 여러 원인에 의해 장의 운동기능과 내장의 감각기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단법
수많은 질환들이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는 만큼 진단에 신중해야 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진단 기준으로는 대장에 병변은 없으면서 적어도 3개월 동안 배변 후에 호전되는 형태의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복통이 있고, 배변횟수의 변화, 대변의 형태변화, 대변 배출의 변화, 점액변, 복부팽만감 같은 이상증상 중에서 2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로 정의한다.
 
진단은 증상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다른 질환과의 감별진단을 위해서 기본적인 혈액검사, 대변검사, 대장내시경검사 등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간혹 과거에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 받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증상이나 심해지는 복통을 가볍게 여겨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노년층에서 지속적으로 증상이 악화될 때, 복통으로 잠을 깰 때,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 때에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또 체중 감소, 배변 후 반복되는 출혈, 지방 변 혹은 탈수가 동반될 때에는 악성 종양, 염증성 질환, 흡수장애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치료법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악화되는 요인도 여러 가지이다. 따라서 정신요법, 약물요법,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4가지 치료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신요법은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불안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로서 때로는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이 필요하기도 하다.
 
약물요법은 비정상적인 장의 운동기능이나 감각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설사, 변비, 복통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약도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약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을 사용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에 대해 일시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음주, 흡연, 식사습관의 변화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증상을 유발할만한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 자극적인 음식이나 가스를 많이 형성하는 콩, 캐비지 같은 음식, 캔디, 카페인, 술 등은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변비가 있으면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 등을 많이 먹는 식이요법이 도움이 된다. 또한 걷기나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통해 장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 목표는 이러한 치료방법을 이용하여 환자가 큰 불편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하고, 적극적으로 식사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김해대항외과 이영재 원장은 "최근 들어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튼튼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와 적절한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주재현 기자 powe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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